[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시장 동향을 알아보기 위해 일선 부동산중개업소에 전화를 하면 늘 반복적으로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말씀하신 그게 전용면적 기준으로 몇 제곱미터죠?”라는 겁니다. 중개업자들은 거의 대부분 ‘평’ 단위로 설명을 합니다.

기사엔 법정계량단위인 ‘㎡’를 써야 하기 때문에 이를 다시 확인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혼선이 자주 일어납니다. 평 단위로 계산된 주택 크기를 단순히 1평당 3.3㎡로 계산하면 엉뚱한 주택이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32평이라고 불러준 것을 곧이 곧대로 105.6㎡라고 옮겨 놓으면 틀리기 십상입니다. 실제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은 85㎡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전용면적에 주거공용면적을 합한 공급면적 기준으로 따지면 100㎡일 수도, 115㎡일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크기가 30평, 32평, 34평 등으로 불리며 거래되고 있죠. 대체 32평은 정확히 어떤 크기일까요?

그래서 주택크기를 물어볼 때 실제 거주하게 되는 실내 공간을 뜻하는 ‘전용면적’ 기준인지, 엘리베이터, 계단 등 살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주거공용면적과 전용면적을 합한 ‘공급면적’ 기준인지 확인하고, ㎡ 단위로 한 번 더 확인하는 겁니다. 그래야 혼선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고민이 꽤 오래전부터 있어왔기 때문에 정부는 2007년 7월부터 부동산의 법정계량단위를 ‘평’에서 ‘㎡’로 바꿨습니다. 의무적으로 평을 쓰지 않도록 정부의 모든 문서와 용어에서 평 단위를 없앴고, 부동산 관련 기사에서도 평을 쓰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7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여전히 대부분 평 단위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취재X파일] 미터법 시행 7년, 건재한 ‘평’ 없애려면...

하다못한 정부가 단속에 나섰나 봅니다. 지난 4일 법정계량단위인 ㎡를 쓰지 않고 ‘평’을 쓴 부동산 중개업소 832곳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네요. 17개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에서도 486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습니다. 정부는 적발된 곳에 1차는 구두주의, 2차는 서면 경고를 하고, 그래도 어기면 50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계획이라고 하네요.

사실 평단위를 쓰는 곳이 이들 뿐이겠습니까! 거의 모든 중개업소가 여전히 평을 기준으로 거래를 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중개업자들은 한결 같이 말합니다. 사람들이 ㎡로 크기를 설명하면 감이 잘 오지 않아 평을 쓸수밖에 없다고요.

평 단위를 쓰지 못하도록 한지 7년이 지났는데 왜 아직 미터법이 안착되지 못했을까요?

많은 곳에서 평을 쓰진 않지만 여전히 평 단위 사고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언론이 아직 평 단위로 사고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부동산 기사에서 가격 정보는 ‘3.3㎡당’ 얼마로 표시됩니다. 1㎡나 10㎡가 아닌 3.3㎡를 쓰는 이유는 1평이 3.3㎡이기 때문입니다. 평 단위로 사고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새 아파트 분양 현장에도 여전히 말만 조금 바뀌었지 평단위 표시체계를 유지합니다. ‘평형’, ‘형’, ‘py’같은 펴을 대체한 단위가 쓰이는 겁니다. 견본주택에 가보면 ‘32형’, ‘42평형’, ‘45py’ 같은 식으로 표시된 아파트가 많습니다. 상담하는 분들은 “분양가가 3.3㎡당 얼마”라고 설명하죠.

여러모로 평이 쉽게 사라지기 어려운 구조인 셈입니다. 일제시대에 도입된 ‘평’이 일본에서는 사라졌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겁니다.

정부가 법적계량단위를 쓰도록 강제하는 건 거래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32평을 ㎡ 단위로 환산하면 106~109㎡ 사이는 모두 해당됩니다. 자칫 주택 소비자들은 3㎡ 정도의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겁니다. 강남 고급 아파트라면 수천만원 정도의 차이일 수 있습니다.

주택이 과거처럼 사면 오르던 시대를 지나 실수요 시장으로 바뀌면서 주택 소비자도 좀 더 똑똑한 선택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자기가 구입하는 주택의 크기가 어떤 기준인지 면밀히 따져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 단위로 판단하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더 줄어들겠죠. 이게 미터법이 빨리 안착되도록 노력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