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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곡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신인으로 돌아온 원로가수들
한명숙·안다성·명국환 한목소리
‘청춘, 그 아름다웠던…’앨범 발표

최백호 등 후배뮤지션 대거 참여
깊은 감성표현 나이 잊게 만들어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하루만 하루만이라도. 뛰는 가슴 누르며 가슴을 누르며 사랑 고백 해볼 텐데.”(안다성 ‘그때가 옛날’)

담백한 선율과 연주 위에 실린 팔순 노가수의 목소리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떨림으로 가득했다. 노가수는 다소 힘이 빠진 목소리를 안타까워하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노가수의 목소리에선 인생의 황혼에서 느낄 법한 회한 대신 설렘이 엿보였다.

6ㆍ25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도 않은 반세기 전부터 노래로 전 국민을 위로해온 원로가수들이 신곡을 발표하며 대중 앞으로 돌아왔다. 지난 23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 T-아트홀에서 ‘청춘! 그 아름다웠던 날들’ 앨범과 신곡 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엔 ‘노란 샤쓰의 사나이’의 한명숙(78), ‘사랑이 메아리 칠 때’의 안다성(83), ‘아리조나 카우보이’의 명국환(80)이 참석했다.

한명숙은 “신인가수로 다시 데뷔하는 기분”이라며 “신곡이 괜찮다고 응원해 주시면 앞으로도 열심히 신곡을 불러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앨범엔 한명숙의 ‘바람이어라’, 안다성의 ‘그때가 옛날’, 명국환의 ‘거리의 악사’ 등 신곡 3곡을 비롯해 이들의 대표곡 3곡을 포함, 총 6곡이 실려 있다. 대선배들의 컴백을 위해 후배 음악인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가수 최백호가 소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한국음악발전소가 앨범을 기획했다. ‘바람이어라’엔 김광련과 최종혁이, ‘그때가 옛날’엔 최백호가, ‘거리의 악사’엔 음악프로듀서 겸 광고음악가 윤준호가 작사와 작곡으로 참여했다. 기타리스트 샘리와 함춘호, 베이시스트 신현권, 피아니스트 박용준 등 정상급 연주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한 연주로 힘을 보탰다.

지난 23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 T-아트홀에서 열린 ‘청춘! 그 아름다웠던 날들’ 앨범 발표회에 참석한 원로가수 한명숙(78), 안다성(83), 명국환(80)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앨범에 연주자로 참여한 함춘호 한국음악발전소 부소장은 “전성기와 비교해 목소리에 조금 힘이 빠졌지만 예전의 감성이 잘 표현됐다”며 “앞으로도 신구의 조합을 바탕으로 좋은 음악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이 든 티를 내지도, 젊은 티를 내지도 않는 이들의 신곡은 세련미와 깊은 감성으로 좌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한명숙의 깊은 목소리는 ‘바람이어라’의 60년대에 유행한 경쾌한 도돔바 리듬 위에 실려 묘한 어울림을 낳았다. ‘그때가 옛날’의 유장한 멜로디는 안다성의 감미로운 저음과 어우러져 짙은 감동을 자아냈다. 나이를 잊은 듯한 명국환의 뚜렷한 목소리는 ‘거리의 악사’의 집시풍의 역동적인 기타 연주와 함께 흥을 더했다.

감격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보인 한명숙은 “달력 한 장을 더 뜯으면 나이가 여든인데, 이 나이에도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이 흐뭇하다”며 “이런 기회를 만들어준 후배 음악인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안다성은 “신곡의 악보를 건네주며 불러 달라던 최백호가 대단히 고마웠다”며 “신인의 마음으로 열심히 불렀으니 많은 지도편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명국환은 “가수 생활 60년 만에 이렇게 감격스럽고 큰 의미가 있는 날은 처음”이라며 “앞으로 힘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음악발전소는 내년에도 원로가수들을 위한 앨범 제작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음악발전소는 내년 3~5월까지 대상자를 선정한 후 10~11월께 새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금사향, 손인호, 김용만, 송춘희, 박일남, 남상규 등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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