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윤건, 새 미니앨범 ‘코발트…’ 발매
주변인들에 작사 의뢰 ‘파격시도’ 일상 공유한 가사…진솔함 더해 핀란드 여행길서 본 白夜 모티브 콘서트는 정규앨범 발매 뒤에…
싱어송라이터 윤건은 새천년 벽두에 한국형 미디움 템포 R&B를 제시하며 가요계의 흐름을 바꾼 장본인이다. 윤건과 나얼이 함께했던 그룹 브라운아이즈는 정통 R&B보다 빠른 리듬 위에 한국적인 멜로디를 실은 세련된 음악으로 수많은 아류를 쏟아냈다.
그랬던 그의 음악에 본격적인 변화가 찾아온 것은 지난해에 발매된 미니앨범 ‘파 이스트 2 브릭레인(Far East 2 Bricklane)’부터다. 당시 밴드 편성의 브릿팝 사운드를 들려줬던 그는 1년 만에 지난 미니앨범보다 더 록적인 성향을 가미한 새 미니앨범 ‘코발트 스카이(Kobalt Sky) 072511’로 돌아왔다. 윤건을 지난 6일 서울 효자동에서 그가 운영 중인 카페 ‘마르코의 다락방’에서 만났다.
윤건은 “앨범 타이틀은 지난 7월 25일 오후 11시 핀란드 헬싱키 여행 당시 보았던 코발트 빛깔의 백야(白夜)로부터 나왔다”며 “그 청량한 느낌을 브릿팝(90년대 이후 영국의 모던 록) 사운드에 실어 들려주고 싶었다”고 앨범 발매 소감을 밝혔다.
여행의 여운을 담아낸 앨범인 만큼 구성 역시 여행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앨범의 문을 여는 곡과 마지막 곡은 ‘출발’을 의미하는 ‘디파처(Departure)’와 ‘도착’을 의미하는 ‘어라이브드(Arrived)’다. 짤막한 두 곡 사이에 인간의 수많은 감정을 서로 이끌리는 자석에 비유해 소규모의 편곡으로 그려낸 타이틀곡 ‘자석처럼’, 시원한 멜로디와 록 사운드로 윤건의 음악적 변화를 잘 보여주는 ‘프리(Free)’, 지난 2011년 일본 대지진 피해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기타 신동’ 정성하와 함께했던 곡을 재편곡한 ‘선샤인’ 등 브릿팝을 기반으로 만든 3곡이 여행기의 본문처럼 녹아 들어가 있다.
윤건은 “어린 시절 내게 영감을 준 뮤지션은 비틀스, 퀸 등 영국 출신 록 뮤지션이고, 앨범을 만드는 동안 콜드플레이, 라디오헤드 등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이번 앨범은 내 음악적 초심으로 돌아간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브릿팝의 정서가 아직 우리에겐 낯설지만, 브라운아이즈 활동 당시 선보였던 미디움 템포의 R&B도 낯선 음악이긴 마찬가지였다”며 “이번 앨범이 브릿팝의 대중화에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전문 작사가에게 가사를 맡겨왔던 윤건은 이번 앨범에선 평범한 삶을 사는 주변의 지인들에게 가사를 맡기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윤건은 철저히 대중의 시각에서 곡의 반응을 보고 싶어 직장인, 대학생, 어린 친구들을 대상으로 모니터를 벌이기도 했다.
윤건은 “브릿팝은 대단히 자유로운 느낌을 주는 음악이기 때문에 전문 작사가의 가사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앨범엔 친구들, 요리사, 엔지니어 등 일상을 공유하는 다양한 주변인들이 참여해 가사에 진솔함을 더했다”고 말했다.
존박, 이적, 정인, 리쌍 등의 앨범 마스터링(앨범에 녹음된 여러 곡의 음색과 소리의 균형을 전체적으로 잡아주는 과정)을 맡았던 아스트로비츠의 비케이(bk!)가 마스터링을 맡아 마치 영국 현지에서 마무리 작업을 벌인 듯한 질감의 사운드를 연출했다.
윤건은 “내년 중 새 정규앨범을 발매할 계획이고, 이번 미니앨범처럼 브릿팝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앨범이 될 것”이라며 “콘서트는 정규앨범 발매 후 브릿팝 레퍼토리가 쌓인 다음에 벌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