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국어사전에 따르면 펜트하우스란 ‘건물의 꼭대기에 있는 고급 주거공간’입니다. 원래 기계실로 이용되거나 물탱크가 있는 옥상창고, 옥탑방을 뜻하는 말이었다고 하지요. 그보다 더 전인 중세에는 이 펜트하우스가 포위전에 쓰인 중요한 구조물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높은 인공 구조물은 적의 진형을 파악하고 공격하기에 안성맞춤이었을 것입니다.

2002년 10월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등장은 우리나라 고급 주택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최고 69층 초고층 건물에 최고급 마감재, 커뮤니티 시설 등을 도입한 이 아파트는 단숨에 부유층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후 도곡동 일대는 강남권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 전용 301㎡는 2004년 하반기 36억원 선에서 계속 올라 2006년말에는 60억원대를 넘어섰고요. 2004년 입주한 분당 정자동 파크뷰의 펜트하우스 전용 245㎡는 2006년 무렵 급등해 2008년 초 최고 38억원에 거래되며 경기도 고가아파트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2008년에는 성동구 뚝섬상업지역에 한화건설의 갤러리아 포레가 국내 최고 분양가인 3.3㎡당 4600만원에 분양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지난 2011년 6월 완공된 이 아파트는 최고 45층 높이의 초고층으로 이 중 펜트하우스인 전용 377㎡는 분양가만 52억5200만원에 달했습니다. 펜트하우스는 왜 이렇게 인기가 높을까요?

▶펜트하우스의 희소가치=이렇게 우리나라에서 펜트하우스는 최고급이라는 단어를 달고 다닙니다. 일단 최고급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로열동, 최상층에 위치한 아파트가 펜트하우스라는 겁니다.

그렇다보니 희소가치가 높습니다. 최고급 펜트하우스에 대한 고정적 수요가 끊이지 않아 청약 과정에서의 경쟁도 꽤 치열합니다.

[취재X파일] 최상층 펜트하우스 왜 잘 팔릴까?

한 대형건설사 홍보 담당자는 “펜트하우스라는 개념은 그냥 꼭대기층이라는 개념이 아니고 최고급 단지에서도 최상층의 최상급 아파트를 의미한다”며 “고정 수요는 존재하는 반면 아파트 동별로 한두 세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생각 외로 경쟁이 치열하다. 청약 전부터 매수자가 나타나 한 채도 아니고 두 채를 사들이려 하는 경우도 봤다”고 했습니다.

그는 “한 채에 30억이나 40억원하는 아파트를 아무나 살 수 없지 않겠나”라며 “이렇게 펜트하우스만 고집하는 고정 수요층이 존재하기 때문에 건설사는 미분양의 위험 없이 펜트하우스를 만들고, 청약자들은 펜트하우스에 당첨되면 웃돈이 생길거라는 생각에 청약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것 같다”고 합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형평형의 선호도가 급락한 가운데서도 펜트하우스의 인기는 여전했습니다. 매매가는 소폭 하락에 그쳤습니다. 지난 6월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 301㎡는 감정가 65억원의 80% 선인 52억원에 낙찰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9억원 이상 아파트의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70% 선인 반면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는 80%선으로 훨씬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펜트하우스의 인기가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자 이제 상당수의 아파트가 펜트하우스를 구성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동안은 강남권이라던가, 분당이나 성수동의 자연친화적 조망권 등을 내세운 최고급 단지에서 차별화된 펜트하우스를 내놓던 것과 달리 이제는 일반 아파트에서도 차츰 펜트하우스를 기본 구성하는 추세로 돌아서고 있는 겁니다.

▶펜트하우스의 일반화=인기가 있다보니 최근에는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마다 펜트하우스를 짓고 있습니다. 저마다 최고급 단지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도 펜트하우스 구성은 매력적인 마케팅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신규 분양 단지에서도 역시 펜트하우스의 인기는 고공행진 중입니다.

판교 백현마을1단지 푸르지오그랑블 전용 266㎡ 펜트하우스의 분양가는 분양가는 22억26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 매매가가 37억원대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분양가 대비 15억원의 웃돈이 붙은 셈입니다.

[취재X파일] 최상층 펜트하우스 왜 잘 팔릴까?

최근 분양한 위례신도시 위례그린파크푸르지오 전용면적 113㎡의 최상층 펜트하우스 9가구는 청약 1, 2순위에서 163대 1의 최고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역시 지난 8월 경기도 용인 풍덕천동에서 분양한 래미안 수지 이스트파크도 평균경쟁률은 3.6대 1이었지만 전용 117㎡, 118㎡형 펜트하우스의 청약경쟁률은 각각 25대 1, 24대 1을 기록할 정도로 높았습니다.

지난 6월 분양된 판교 알파리움, 래미안 위례신도시 펜트하우스에는 2억원 가량의 웃돈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달 22일 실시한 래미안 강동팰리스의 1, 2순위 청약접수 결과에서도 펜트하우스는 선전했습니다. 총 968가구(특별공급분 제외)에 1796명이 몰리며 평균 1.8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가운데 전용 155㎡의 펜트하우스는 6가구 모집에 11명이 접수해 1.83대 1, 전용 151㎡는 6가구 모집에 1,2 순위에서 3명이 접수했지만 3순위에서 29명이 접수해 결국 순위내 마감됐습니다.

이렇게 펜트하우스가 일반 아파트단지에도 기본 구성으로 자리잡으면서 분양가도 상당히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또 하나의 인기비결입니다. 위례그린파크푸르지오 전용 113㎡ 펜트하우스 분양가는 9억9900만원, 강동팰리스 전용 155㎡ 펜트하우스 분양가는 7억9900만원으로 앞서 언급한 30억~40억원대의 펜트하우스에 비하면 아주 저렴한 수준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펜트하우스의 지방화=부산 해운대에서는 지상 70~80층에 달하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해운대 아이파크 펜트하우스 전용 197㎡ 펜트하우스는 분양가만 57억원에 달합니다.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도 분양가만 3.3㎡당 4500만원 선을 기록하며 수도권 부럽지 않은 인기를 구가했습니다.

이렇게 최근 펜트하우스 분양 열기는 지방으로 옮아가고 있습니다. 분양 100%의 세종불패 신화를 써가고 있는 세종시에서도 펜트하우스가 최초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현재 모델하우스를 열고 분양에 들어간 세종 중흥S-클래스 리버뷰와 세종 모아미래도 리버시티도 각각 단지별 4가구의 최상층 펜트하우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중흥 리버뷰 전용 167㎡ 펜트하우스 분양가는 5억7890만원, 모아미래도 리버시티 전용 157㎡ 펜트하우스 분양가는 5억6800만원입니다. 양 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미 벌써부터 펜트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다고 합니다.

한 관계자는 “대전 등 세종시 인근 도시에 거주하는 부유층들이 펜트하우스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청약한다고 해도 당첨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습니다.

모델하우스에 몰려든 인파들 사이에서는 “펜트하우스에 걸리면 로또”라는 말마저 심심찮게 들려왔습니다. 과연 세종불패 신화에 이어 세종시에서 펜트하우스 불패신화마저 세워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