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과 만난 인문학 新마케팅 수단으로

‘공연도 보고, 인문학 강의도 듣고.’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연계에도 원작의 배경 설명을 따로 강연하는 강좌 개설이 잇따르며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공연에 대한 이해와 감상을 돕는 이런 강좌는 실제 공연 티켓 판매 증가로도 이어져 공연계의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떠올랐다.

다음달 3일 뮤지컬 ‘베르테르’의 개막에 앞서 15일부터 매주 금요일 네 차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선 ‘인문학 산책’이 먼저 열린다. 원작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작가 괴테의 삶과 문학세계를 심층적으로 알아보는 시간이다. 15일과 22일 임흥배 서울대 독문과 교수의 강의와 29일에는 ‘내 연애의 모든 것’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소설가 이응준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현대적 읽기 강의가 펼쳐진다. 이어 ‘베르테르’의 극작과 2001년과 2002년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연출한 고선웅 연출가의 특별강의가 12월 6일 마련된다.

국립극단은 연극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11월 26일~12월 8일) 공연에 앞서 16일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김지훈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준비했다. 김 작가는 2006년 ‘양날의 검’으로 대산대학문학상 희곡상을 받은 뒤 2008년 ‘원전유서’, 2012년 ‘풍찬노숙’ 등 개국신화 시리즈를 집필했다. 신화적 상상력을 풀어내는 작가 특유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고, 창작자로서의 고민까지 들어보는 시간이다.

공연 전 관객 아카데미를 열어 효과를 톡톡히 본 공연은 지난 9일 막을 내린 국립극장 연극 ‘단테의 신곡’이다. 국립극장은 700년 전 원작을 완독한 관객이 적을 것으로 판단, 10월 세 차례 토크콘서트 형식 강연을 열어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박상진 부산외대 이탈리아어과 교수 사회로, 주제를 당시의 음악ㆍ회화ㆍ시로 넓혀 전문가와 대담하고 배우가 원작을 낭독하는 등 과정을 풍성하게 기획해 인기를 모았다. 그 결과 공연은 객석점유율 108%를 기록, 해오름극장 3층 시야장애석까지 판매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명동예술극장은 ‘바냐아저씨’(~24일) 공연에 앞서 이달 초 이성열 연출, 김옥란 드라마투르그 담당 등 제작진과 대화의 시간, 원작자인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가 집필할 당시의 시대상과 국민성에 관해 짤막하게 해설하는 시간을 가졌다.

관객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 새로운 관객 수요를 개발하려는 시도는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명동예술극장, 국립극단은 주요 공연의 공개 리허설을 청소년과 대학생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국내 초연 뮤지컬 ‘카르멘’은 12월 개막을 앞두고 지난 4일 출연배우가 참석해 주요 장면과 노래를 들려주는 쇼케이스 ‘비바 카르멘’을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뮤지컬 ‘베르테르’ 제작사 CJE&M은 지난달 연습실을 일반에 개방, 사전 모니터링을 실시한 데 이어 개막 전 관객 대상 오픈 리허설도 개최할 예정이다.

CJE&M 관계자는 “제작 과정 중인 작품을 직접 보니 신선하고 정식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쇼케이스 개최 등 관객 마케팅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