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되는 인기 가수들이 늘어남에 따라 미래의 스타를 꿈꾸는 실용음악과 지망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실용음악과에 장밋빛 미래만 존재하는지 또한 의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1일 수시 1차 신입생 모집을 마친 한양대 실용음악과 보컬전공은 5명을 선발하는 데 무려 2357명이 몰려들어 471.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발표 2013학년도 학과별 경쟁률에 따르면 실용음악과는 평균 444.2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1988년 서울예술대학에 실용음악과가 최초로 개설된 이후 불과 25년 만에 전국 56개 대(4년제 27개ㆍ2년제 29개/한국대학교육협의회ㆍ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홈페이지 기준)에 실용음악과가 만들어졌다. 올해 이들 실용음악과의 총 모집인원은 무려 1500여 명이다. 인디음악의 메카인 서울 홍대 일대에서 운영 중인 실용음악학원의 수도 줄잡아 수십여 곳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의 졸업 후 진로는 녹록지 않다. 대학 정보공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실용음악과를 졸업한 학생 총 3471명 중 취업자는 476명(13.4%ㆍ건강보험 가입 기준)에 불과했다. 정규직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대중음악계에서 히트 가수나 연주자로 이름을 얻지 못한 졸업생들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실용음악학원 강사ㆍ개인 레슨ㆍ간헐적인 세션 활동이 전부다.
경기도 일산에서 한 실용음악학원 원장을 맡고 있는 연주자 출신 김모(38) 씨는 “서울예대ㆍ호원대ㆍ동아방송대 등 일부 명문 실용음악과 출신들의 경우 히트 가수가 못 되더라도 젊음과 테크닉을 바탕으로 20대 때 개인 레슨이나 세션 활동을 통해 거액을 쉽게 손에 쥐는 경우도 많은데, 30대가 넘어가면 더 젊은 연주자들이 치고 올라와 자리를 지키기 어려워진다”며 “젊은 시절 짧은 시간 돈 버는 재미에 취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계형 레슨’으로 먹고사는 처지로 전락해 생활이 막막해지기 때문에 실용음악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리를 잡은 연주자들의 미래 역시 그리 밝지만은 않다. 연주의 많은 부분이 컴퓨터로 대체 가능해짐에 따라 연주자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엠넷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5’에 출연한 밴드 미스터파파는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전원 기성 뮤지션들로 구성된 미스터파파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선 보기 드문 안정된 무대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들의 이력은 심사위원인 이승철의 밴드부터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하우스 밴드까지 화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설 무대가 없어 생활고에 시달렸기 때문에 오디션에 지원했다는 눈물 어린 고백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30년 가까이 한국 록신을 지켜온 베이시스트 김영진은 “아무리 뛰어난 연주자여도 다른 누군가의 음악만 연주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고된 길이겠지만 꾸준히 자신의 음악을 해야 뮤지션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