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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벤타나 “재즈와 탱고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꿈 꿔“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이 땅에서 낯선 음악을 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일은 모험에 가깝다. 소위 ‘돈 되는’ 몇몇 장르로 극단화돼 허약해진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풍토에서 라벤타나(La Ventana)는 모험가 역할을 자처해온 보기 드문 밴드다. 지난 2006년 정태호(아코디언ㆍ반도네온)를 중심으로 박영기(피아노), 황정규(콘트라베이스), 정승원(드럼) 등을 멤버로 결성된 라벤타나는 지구 반대편에서 건너온 낯선 탱고를 재즈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세련된 음악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이 같은 라벤타나의 행보는 정규 2집 ‘노스탤지어 앤드 더 델리케이트 우먼(Nostalgia and the Delicate Woman)’의 2011년 한국대중음악상 ‘재즈&크로스오버’ 최우수상 수상으로 이어지며 음악적 결실을 맺기도 했다. 3년 만에 정규 3집 ‘오르케스타 벤타나(Orquesta Ventana)’를 발표한 라벤타나의 멤버들을 서울 동교동의 한 주점에서 만나 맥주와 막걸리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정태호는 “아무 것도 모른 채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멤버들과 의기투합해 탱고를 시작했는데 어느새 세 번째 앨범이 나왔다”며 “그 사이 멤버 교체 없이 꾸준히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창작곡이 주를 이뤘던 지난 앨범과는 달리 라벤타나는 이번 앨범을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 안젤 카브랄(Angel Cabral), 카를로스 가르델(Carlos Gardel) 등의 전설적인 탱고 아티스트들의 명곡 리메이크로 채웠다.
 
3년 만에 정규 3집 ‘오르케스타 벤타나(Orquesta Ventana)’를 발표한 재즈 탱고 밴드 라벤타나. 왼쪽부터 박영기(피아노), 정태호(아코디언ㆍ반도네온), 황정규(콘트라베이스), 정승원(드럼). [사진 제공=에반스뮤직]

정태호는 “2집이 야심차게 자작곡으로 라벤타나만의 탱고를 들려주려 했던 앨범이라면, 이번 앨범의 콘셉트는 훌륭한 연주단”이라며 “탱고의 본고장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외국엔 고전을 훌륭하게 재현하는 팀들이 많은데 이번 앨범에선 그들처럼 그동안의 활동으로 쌓인 연주 내공을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앨범엔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피처링으로 참여해 다채로움을 더했다. 타이틀곡인 ‘케 나디에 세파 미 수프리르(Que Nadie Sepa Mi Sufrir)’엔 웅산이 보컬로, ‘탕고 아파시오나도(Tango Apasionado)’엔 시인 김경주가 내레이션으로, ‘엘 디아 케 메 케에라스(El Dia Que Me Quieras)’엔 성기문이 하몬드 오르간으로, ‘아디오스 노미노(Adios Nomino)’엔 박주원이 기타로, 산울림의 ‘빨간풍선’엔 십센치(10㎝)가 보컬과 기타로 힘을 보탰다. 이 같은 다채로움 속에서도 음악이 조금도 탁하거나 애매한 맛을 내지 않는 것도 이 앨범의 매력이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참여 아티스트는 ‘사의 찬미’를 부른 ‘한국 재즈계의 대모’ 박성연이다. 윤심덕의 1926년 원곡과 1941년 이병일 감독의 영화 ‘반도의 봄’의 대사 일부를 오버랩한 도입부에 이어 무겁게 귓가로 스며드는 박성연의 허스키 보이스는 과거와 현재를 절묘하게 엮어내며 가슴 먹먹한 감동을 선사한다.

황정규는 “라벤타나의 음악적 목표는 사람들과의 소통”이라며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연주해온 동료 음악인들과 소통하고 싶어 그들에게 부탁을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흔쾌히 앨범에 참여해줬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앞으로 함께하고 싶은 아티스트를 묻자 라벤타나는 의외로 록보컬리스트 김바다와 밴드 크래쉬의 안흥찬을 꼽아 기자를 놀라게 했다. 정태호는 “탱고엔 의외로 록과 음악적으로 닮은 부분이 많다”며 “산울림의 ‘빨간풍선’을 리메이크한 이유도 산울림 헌정 앨범에서 이 곡을 리메이크한 헤비메탈 밴드 블랙신드롬의 영향이 컸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라벤타나는 앨범의 모든 곡을 고음질 MP3로 CD에 담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CD는 컴퓨터에서도 인식이 가능해 자유롭게 MP3 파일을 옮겨 담을 수 있다. 황정규는 “음악을 듣는 수단이 MP3플레이어부터 스마트폰까지 다변화된 만큼 CD에만 집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CD와 별 차이를 느낄 수 없는 고음질의 음원을 CD에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탱고 음악을 하면서도 아직 아르헨티나 땅을 밟아보진 못했다는 라벤타나는 “아르헨티나도 좋지만 KBS 1TV ‘한국인의 밥상’, EBS ‘한국기행’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악기를 들고 한국 구석구석을 찾아가 보고 싶다”며 “기회가 된다면 아르헨티나는 EBS ‘세계테마기행’을 통해 다녀오고 싶다”고 멋쩍게 소망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라벤타나는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같은 멤버로 오랫동안 함께하는 밴드로 남고 싶다”며 “오는 8월 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니 많은 호응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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