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가수 이승철의 새 앨범엔 나이테가 없었다. 만담(漫談)과 정담(情談)을 오가는 이승철의 유쾌한 이야기 속엔 트렌드를 파악하는 날카로운 감각이 번뜩였다. 리드미컬하면서도 간결한 편곡과 거친 질감을 강조한 보컬까지…. ‘말리꽃’처럼 큰 스케일의 발라드와 ’서쪽하늘’ 같은 매끄러운 보컬을 기대한 팬들에겐 다소 낯선 음악적 풍경이 펼쳐질지 모르나 오래지 않아 익숙해질 낯섦이다. 돌이켜 보면 쉼 없는 음악적 변주는 조변석개하는 가요계에서 이승철이 30년 가까이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으니 말이다. 오는 18일 4년 만에 정규 11집 ‘마이 러브(My Love)’를 발표하는 이승철을 서울 삼성동 소재 녹음실에서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승철은 “‘슈퍼스타K’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나를 지켜보는 많은 후배와 시청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11집은 ‘센슈얼리즘(Sensualism)’과 ‘에고티즘(Egotism)’ 둘로 나뉘어 발매된다. 이번에 발매되는 ‘센슈얼리즘’은 새로운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앨범 발매 소감을 밝혔다.

인터뷰에 앞서 이승철은 “학교에 다닐 때에도 숙제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너스레를 떨며 앨범의 수록곡 전 곡을 들려줬다. 지난 4월 2일 조용필이 19집 ‘헬로(Hello)’ 발매에 앞서 언론을 상대로 벌였던 감상회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이승철(가수)이승철 “나는 늘 새로운 음악 꿈 꿔…죽을 때까지 앨범 발표할 것“
이승철(가수) 가수 이승철<사진>의 새 앨범엔 나이테가 없었다. 리드미컬하면서도 간결한 편곡과 거친 질감을 강조한 보컬까지…. 만담(漫談)과 정담(情談)을 오가는 이승철의 유쾌한 이야기 속엔 트렌드를 파악하는 날카로운 감각이 번뜩였다. 오는 18일 4년 만에 정규 11집 ‘마이 러브(My Love)’를 발표하는 이승철을 서울 삼성동 소재 녹음실에서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승철은 “조용필 19집 티저 영상을 보는 순간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며 “선배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내가 설렁설렁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앨범 제작에 매달렸다”고 고백했다.

앨범엔 귀에 쉽게 익는 멜로디를 특유의 애절한 보컬로 이끄는 타이틀곡 ‘마이 러브(My Love)’를 비롯해 공간감 가득한 피아노 아르페지오와 절제된 보컬의 조화가 돋보이는 ‘사랑하고 싶은 날’, 선명한 어쿠스틱 기타 리프와 리프 연주의 맛을 살린 리듬 편곡이 인상적인 ‘그런 말 말아요’, 빠른 템포에 실린 신서사이저와 밴드의 화려한 사운드와 반복되는 시원한 코러스가 청량감을 선사하는 록 넘버 ‘런 웨이(Run Way)’ 등 10곡이 실려 있다. 마지막 트랙 소원은 한웅재 목사가 작사 작곡한 CCM(Comtemporary Christian Music기독교 찬양음악)으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아내 박현정 씨를 위한 이승철의 선물이다.

전체적인 사운드의 골격을 이루는 것은 밴드다. 신스 사운드와 스트링(현악)이 가미돼 있지만 곡을 들으며 투입된 악기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하지 않다. 이승철은 전매특허인 애드리브도 자제했다. ‘늦장 부리고 싶어’에서 힙합 리듬과 랩이, ‘비치 보이스(Beach Voice)’에서 레게 리듬이 곁들여지지만 어디까지나 사운드의 중심은 록이다.

이승철(가수)이승철 “나는 늘 새로운 음악 꿈 꿔…죽을 때까지 앨범 발표할 것“
이승철(가수) 가수 이승철<사진>의 새 앨범엔 나이테가 없었다. 리드미컬하면서도 간결한 편곡과 거친 질감을 강조한 보컬까지…. 만담(漫談)과 정담(情談)을 오가는 이승철의 유쾌한 이야기 속엔 트렌드를 파악하는 날카로운 감각이 번뜩였다. 오는 18일 4년 만에 정규 11집 ‘마이 러브(My Love)’를 발표하는 이승철을 서울 삼성동 소재 녹음실에서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승철은 “늘 록 음악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있다”며 “힘을 뺐지만 두껍고 굵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일부러 목이 좋지 않은 날 녹음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록에 가까운 목소리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나는 변화를 좋아한다. 다만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지 찾아내는 과정이 어려울 뿐”이라며 “큰 딸에게 신곡의 모니터링을 시키는데 도입부가 지루하면 견디질 못한다. 도입부를 인상적으로 짧게 만들고 간주를 없애 타이트한 느낌을 주는 것이 최근 트렌드”라고 덧붙였다.

앨범 수록곡 10곡 중 7곡이 전해성 작곡가의 작품이다. 전 작곡가는 앨범의 프로듀싱까지 맡아 제작 과정 전반에 관여했다. 이승철과 함께 자리한 전 작곡가는 “외부에서 곡을 많이 받았지만 스타일과 감성 차이를 이유로 쓰지 못한 곡이 많았다”며 “앨범을 제작하는 내내 이승철과 함께 했는데 다행히 서로 궁합이 잘 맞아 원하는 대로 곡이 잘 빠졌다”고 말했다. 이승철은 “최근 2년 동안 작곡가 40여 명에게 곡을 의뢰했고 편곡과 녹음까지 마친 노래는 60곡이나 됐다. 앨범 제작비만 5억 원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한 곡들이 많았다”며 “미리 만들어둔 곡보다 그때그때 감성을 담아 만든 곡들이 더 좋았다. 앨범 수록곡 중 무려 8곡이 최근 3개월 안에 만들어진 곡이고 ‘마이 러브’는 단 4일 만에 나온 곡”이라고 후일담을 털어놓았다.

‘늦장 부리고 싶어’와 ‘40분 차를 타야해’는 동아방송대 실용음악과 학생들의 작품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승철은 “학생들 곡을 40여 곡 받았는데 당장 OST로 불러도 히트 칠만한 곡이 30곡이나 됐지만 앨범의 색깔을 맞추느라 2곡밖에 수록하지 못했다”며 “전국의 실용음악과 학생들 중 졸업 후 음악계에서 자리 잡는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기성 가수들이 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승철은 최근 들어 K-팝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외국인 작곡가의 참여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캐나다 작곡가들로부터 6곡을 받아 녹음까지 마쳤는데 가사를 우리말로 바꾸고 보니 번안 가요 같은 느낌이 나서 모두 뒤엎었다”며 “대중은 이제 팝보다 가요를 선호하고 K-팝이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의 작곡가들이 만든 곡이 더 세계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음반 시장이 붕괴돼 음원 중심으로 재편된 상황이지만 이승철은 여전히 앨범 발매를 고집하는 몇 안 되는 뮤지션이다. 그는 “12년 전 스튜디오를 만들 때 주변에서 모두 말렸었다”며 “내 인기가 사라져 아무도 내 앨범을 내주지 않는 날이 와도 나는 내 앨범을 직접 내고 싶다. 음반 시장 붕괴와 상관없이 나는 죽을 때까지 앨범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철은 “그동안 앨범을 작업을 마치고 나면 후회와 아쉬움이 컸는데 이번엔 뿌듯한 느낌이 든다. 사운드면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자부한다”며 “‘11’에서 앞자리를 빼면 ‘1’이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앨범을 준비했다”고 응원을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11집의 나머지 부분 ‘에고티즘’은 9월 중 발매 예정이며 70% 이상 작업이 완료된 상황”이라며 “‘에고티즘’엔 기존 스타일들의 곡들이 많이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이승철은 발매일인 18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무료 공연 ‘이승철의 어서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이어 그는 ‘비치 보이스(Beach Voice)’란 타이틀로 오는 29일 창원을 시작으로 전주, 서울, 대구, 안양, 부산, 포항에서 전국 투어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