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저작권료 해외 지급 124억으로 껑충 지구촌 최신 트렌드 반영 긍정적 효과로

지난달 21일 이효리가 정규 5집 ‘모노크롬(Monochrome)’을 발표하며 3년 만에 컴백해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컴백만큼이나 눈길을 끈 것은 외국인 작곡가들이었다. 외국인 작곡자들은 타이틀곡 ‘배드 걸스(Bad Girls)’를 비롯해 앨범 전체 16곡 중 무려 12곡을 만들었다. ‘배드 걸스’는 8년 만에 새 앨범 ‘랜덤 액세스 메모리즈(Random Access Memories)’를 발표한 다프트 펑크(Daft Punk)를 연상시키는 아날로그 사운드로 대중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가수들의 새 앨범 속지에서 발음조차 난감한 외국인들의 이름을 보는 일은 이제 그리 낯설지 않다. 이 같은 변화는 K-팝의 영향력이 세계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외국에 지불한 저작권료인 ‘외국입금사용료’ 분배액은 2010년 27억4057만원, 2011년 94억5693만원, 2012년 124억2012만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류 열풍을 주도해온 대형기획사는 이 같은 변화의 중심축이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측은 “국내 작곡가들의 비슷한 음악 스타일을 탈피해 글로벌 시장에 걸맞은 곡을 만들기 위해 일찌감치 외국인 작곡가들과 작업을 해왔다”며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북유럽 작곡가들의 곡이 신선해 이들의 곡을 많이 공급받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진출이란 목적 외에도 기존의 아티스트들이 음악적 변신을 위해 외국인 작곡자와 손잡는 경우도 많다.

K - 팝의 글로벌 ‘무한 확장’…그 중심엔 외국인 작곡가들

‘가왕’ 조용필은 지난 4월 23일 19집 ‘헬로(Hello)’로 10년 만에 돌아와 세련된 모던록 사운드로 기존 팬들뿐만 아니라 젊은 층까지 사로잡았다. 이 같은 인기의 중심엔 역시 외국인 작곡가들이 있었다. 이들은 타이틀곡 ‘헬로’를 비롯해 앨범 전체 10곡 중 6곡에 이름을 올렸다.

조용필은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대형기획사에 곡을 공급하는 외국인 작곡가들의 곡들을 대거 입수해 검토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달 16일 11집 ‘더 클래식(The Classic)’으로 복귀한 ‘원조 아이돌’ 신화 역시 외국인 작곡가들의 덕을 봤다. 이들은 타이틀곡 ‘디스 러브(This Love)’ ‘허리케인(Hurricane)’ 등 주요 곡에 참여해 음악에 세련미를 더했다. 또한 이효리는 외국인 작곡가 기용을 통해 지난 2010년 4집 ‘에이치 로직(H-Logic)’으로 빚었던 표절 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SM 측은 “우리가 외국인 작곡자들에게 곡을 요청했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엔 그들이 곡을 직접 가지고 올 정도로 K-팝의 영향력이 커졌다”며 “유럽 등 현지에서 ‘라이팅 캠프(Writing Camp)’를 열어 아티스트의 콘셉트와 곡의 방향을 제시하고 외국인 작곡가들로부터 곡을 모집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K-팝 시장이 아시아에서 유럽ㆍ북미ㆍ남미 등으로 다변화됨에 따라 이 같은 외국인 작곡가들의 K-팝 앨범 참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