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북콘서트 잇달아
레프 톨스토이, 니코스 카잔차키스, 찰스 디킨스, 알렉산드르 뒤마 등 19세기 작가들이 세월을 거슬러 무대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부활’ ‘그리스인 조르바’ ‘두 도시 이야기’ ‘몬테크리스토 백작’ 등 세기를 넘어 감동을 주는 명작이 잇따라 연극과 뮤지컬로 관객을 찾고 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래, 치열한 경쟁으로 불안한 현대인들에게 고전이 공감과 위로를 주며 힐링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올해 초 빅토르 위고 원작의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 대성공을 거둔 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오는 18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CJ토월극장에서 톨스토이의 ‘부활’〈사진〉을 연극으로 올린다. 2011년 연극 ‘푸르른 날에’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과 연출상을 받은 고선웅이 각색과 연출을 맡고, 예지원, 서범석, 이승철 등 스크린과 무대에서 활약한 배우들이 열연한다. 1899년 출간된 ‘부활’은 귀족 청년 네플류도프라가 배심원으로 출두한 법정에서 자신의 한순간 유린으로 창녀로 전락한 카추샤를 만나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순수함을 잃지 않는 카추샤를 보며 영혼의 부활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다.
고선웅 연출은 “근자에 세상이 뒤집힐 것 같은 일이 일어나고, 세상이 혼탁해져도 무감한 시대 같다. 모든 것이 물신화되고 속되게 변하고 있는데 태초의 순수함으로 돌아가는 원작의 주제의식은 이 시대에 꼭 있어야 할 얘기다”고 작품 선택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 시대, 가진 자들의 역할과 의무를 생각하게 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주목해야 한다”고도 했다.
연극 ‘부활’은 일제치하인 1923년에 신극단체 토월회가 처음으로 국내 무대에 올렸다. 당시 여배우 이월화가 카추샤 역으로 스타덤에 올라 수차례 공연했다. 토월극장에서 CJ토월극장으로 재개관한 것을 기념한 이번 ‘부활’은 2004년 러시아 극작가 프레스냐코프의 대본을 바탕으로 썼다.
명동예술극장에서 다음달 2일까지 공연하는 ‘라오지앙후 최막심’은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한국적 배경과 토속적 대사로 절묘하게 바꾼 극본과 2시간40분이 넘는 공연에도 지루하지 않는 장면 연출, 남경읍과 오미연 등 배우들의 명연기로 호평받고 있다. 늘 호탕하고 여유로우며 “자유”를 외치는 ‘최막심’은 팍팍한 일상에 지친 관객에게 자양강장제 같은 웃음과 위로를 준다.
원작의 이해를 돕기 위한 부대 행사도 열린다. 찰스 디킨스 동명 소설을 뮤지컬화한 ‘두 도시 이야기’는 다음달 21일 개막에 앞서 오는 27일 북콘서트로 먼저 관객을 만난다. 제작사 측은 “공연과는 또 다른 원작의 깊이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북콘서트는 뮤지컬 프로듀서 최용석, 연출가인 제임스 바버,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이 공연 이야기를 나누는 ‘두 도시를 말하다’와 원작의 일부를 발췌, 출연배우가 직접 낭독하고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 ‘두 도시를 읽다’로 나뉘어 진행된다.
지난 11일에는 그리스협회가 ‘그리스인 조르바’ 연극화를 계기로, 카잔차키스의 삶과 문학을 살펴보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
한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