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력 日에 치이고…기술력은 中에 따라잡힐 판…

엔저공세에 한국기업 가격경쟁력 주춤 현대車 주가 글로벌 업체중 최악부진

中 특허등록 급증등 기술력 괄목성장 스마트폰 삼성 vs 화웨이 구도 전망까지

‘추격형 경제’ 프레임으론 성장 한계 더욱 좁아진 시장 ‘창조경제’ 가 돌파구

한국은 세계 수출시장에서 ‘볼륨존(Volume Zone)’을 공략했다. 규모가 큰 시장, 중저가의 물량 위주였다. 한국은 가격을 무기로 일본을 무섭게 따라잡았다. 한국의 성장모델은 ‘추격형’이었다.

이런 ‘모방경제’는 후발국의 추격으로 한계를 보이게 마련. G2 국가로 성장한 중국은 우리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 우리는 일본의 기술력에 눌리고, 중국의 가격에 밀리는 ‘샌드위치’ 신세였다.

한국 ‘逆샌드위치’ 신세

그러나 최근 샌드위치의 위 아래가 바뀌었다. 2000년대 이후 중국의 기술력이 급성장한 데 이어 일본이 최근 엔저 공세에 나서면서부터다. 중국은 가격경쟁력에서 기술경쟁력으로, 일본은 기술력에서 가격으로 각각 재무장하고 있다.

1일 산업연구원(KIET)과 무역협회에 따르면 1991년 한국과 일본이 수출 경합을 벌이는 전자ㆍ자동차ㆍ조선 등 47개 분야의 시장점유율은 5.6%와 21.7%였다. 20년이 흐른 2011년 점유율은 7.2%와 7.8%로, 격차는 거의 없다시피하다. 일본의 장기불황 덕도 봤다.

하지만 최근 엔화의 파상공세는 이런 현상을 주춤하게 하고 있다. 일본의 1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6.4% 증가한 가운데 우리와 경합을 벌이는 품목의 수출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일본 승용자동차의 지난해 1월 수출은 전년도보다 0.2% 감소했지만, 올해는 3.4% 증가로 돌아섰다. 반도체 수출 증감률은 같은 기간 -25.6%에서 6.2%가 됐다. 아울러 철 또는 비합금강 평판압연제품(도금한 것 제외)은 25.7%, 액정디바이스와 광학기기 등은 24.1%의 성장률을 각각 기록했다.

주식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가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부진한 반면, 지난 11일 일본 도요타의 주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년5개월 만에 5000엔을 넘어서기도 했다.

한국 ‘逆샌드위치’ 신세

중국은 가격을 버리고 기술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한국의 미국 특허청 특허등록 건수는 2000년 1만8170건에서 6만6730건이 된 가운데, 중국은 같은 기간 920건에서 6820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우리는 2000년대 이후 특허등록 건수가 주춤하는 반면 중국은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경제주간지 포브스 인터넷판은 최근 향후 스마트폰 전쟁의 방향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중국의 화웨이에 달려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중국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10여년간 휴대전화 왕좌를 지키던 노키아의 몰락과 최근 애플의 위기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경고다.

한국은 일본의 기술력과 중국의 저가 공세에 끼어 있었다. 2013년 우리는 일본의 가격에 밀리고, 중국의 기술력에 갇힌 역(逆)샌드위치 꼴이 됐다.

윤우진 KIET 선임연구위원은 “ ‘선도경제’는 리스크가 있다. 그래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면서 “한국이 추격형 경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성장에 한계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창조경제’가 절실하다는 얘기다.

조동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