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개발사업 취득한 주택에 6억 종부세
임차인 퇴거 끝나 주택 기능 상실
“주택 개발 기간 종부세 부과는 분양가 상승 요인”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주택 개발 목적으로 취득한 주택이 철거를 앞두고 있다면 실제 철거가 되지 않았어도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무분별한 종부세 부과는 주택 가격 인상을 초래할 수 있어 과세 대상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판단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6부(부장 이주영)는 최근 주택개발사업자인 A사가 서울 영등포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종합부동산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6억 2700만원의 종합부동산세와 1억 2500만원의 농어촌특별세를 취소할 것을 주문했다.
A사는 2020년 3월 주택 신축 판매 및 주택 개발 사업을 위해 설립됐다. A사는 2020년 12월 한 회사로부터 서울시 용산구 일대 114억원 상당의 연립주택 5채를 취득했다. A사는 2020년 12월 30일 용산구에 건물 해체허가신청서를 제출했고, 2021년 1월 말부터 임차인들과 퇴거 명도합의서를 작성하고 실제 퇴거가 이뤄졌다. 용산구청은 2021년 8월 해체를 허가했고 A사는 해체를 진행해 2022년 7월께 해체공사완료 신고를 마쳤다.
영등포세무서는 2021년 6월 1일 기준 A사가 3주택 이상을 소유하고 있었다며 같은해 11월 종합부동산세 6억 2000만원과 농어촌 특별세 1억 2500만원을 부과했다. A사는 과세기준일 당시 이미 철거를 앞두고 있어 사실상 주택의 기능을 상실했으며 과세기준일 이전 구청에 해체 신청을 했기 때문에 종부세 부과는 부당하다는 취지로 소송을 걸었다.
재판부는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철거 예정인 건물은 주거용 주택으로 볼 수 없다는 A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원고는 건물을 양도받은 직후 곧바로 건축물해체허가 신청을 했고 8월 허가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건물이 사용되거나 사용될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건물의 외관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주택으로 이용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철거 예정 건물에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종부세 입법 취지와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철거할 예정으로 취득한 주택은 부의 편중을 완화해 투기적 목적의 주택 소유를 억제한다는 종부세 입법 목적과 관계가 없다”고 했다.
특히 2022년 2월 개정된 종부세 시행령을 강조했다. 해당 시행령은 공공주택사업자, 주택조합, 주택건설사업자 등이 주택건설 사업을 위해 멸실시킬 목적으로 취득해 3년 이내에 멸실시키는 주택은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게 했다.
재판부는 “주택건설사업 추진 시 통상 대규모 주택건설용 토지를 사전에 확보해야 하고 사업계획승인에 길게 수년이 소요된다. 준비 기간 동안 발생하는 거액의 종부세를 주택건설사업자에게 부담시킬 경우 비용이 주택가격에 전가돼 분양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시행령은) 합산배제 범위를 명확히 해 주택건설사업자가 토지를 취득하고 사업계획승인 전까지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