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3년 동안 쓰던 마스크를 벗게 되면서 일본에서 웃는 표정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미소 수업'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수업 수강료는 약 7만5000원이며, 일일 자격증 코스는 무려 78만원에 달하지만 수강생들이 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비즈니스 에티켓 트레이너로 2017년부터 미소 짓는 법을 가르쳐온 가와노 게이코(43)는 최근 부쩍 바빠졌다. 일본 정부가 올 2월 마스크 착용 자율화 방침을 발표하면서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에도 마스크 착용은 권고사항이었을 뿐 법적으로 강제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원래 마스크를 잘 쓰는 편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알레르기나 오염된 공기를 막거나 예의상 다른 사람을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일본인들이 수십년간 마스크를 써왔다고 설명했다.
IBM 등 기업 사무실부터 양로원까지 돌며 지난 6년간 40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미소 짓기를 가르쳐온 가와노의 사업은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타격을 입었다가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시기를 맞아 수강생이 다시 늘고 있다.
정부의 2월 발표 후 가와노의 업체 '에고이쿠' 강의 신청자는 4.5배 증가했고, 이달 들어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이 하향 조정과 일상회복이 이어지면서 더 탄력이 붙었다.
가와노는 "사람들이 그간 뺨과 입 근육을 잘 쓰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리기 시작했다"며 "이 근육을 갑자기 쓸 수는 없다.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1시간짜리 수업은 온라인과 대면 방식으로 이뤄진다. 요가를 활용하고 입꼬리 근육을 당겨 광대뼈 근육을 강화한다.
또 가와노는 눈 아래 근육이 핵심이라고 본다. 이 근육이 약해지면 눈썹으로 미소를 짓게 돼 이마에 주름이 생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업체 홈페이지에 따르면, 개인 수업 수강료는 7700엔(약 7만5000원)이다. 정치인·경영자나 구직자를 위한 특화 과정이 있고, 8만엔(약 78만원)짜리 일일 자격증 코스도 개설돼있다.
일본에는 과거에도 미소 수업이 있었다. 주로 소매점 직원이 교육 대상이었다.
하지만 일본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미소를 짓는 것보다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일이 더 중요하게 인식돼왔다고 NYT는 설명했다.
일본 마스크의 역사를 연구해온 스미다 도모히사 게이오대 방문연구원은 "미소 수업은 매우 서구적인 현상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교육 반응은 좋은 편이다. 지난해 10월 가나가와현에서 노인 40명이 참여한 미소 강좌를 지켜본 지역 공중보건 담당자는 교육 후 미소를 잘 짓게 된 수강생이 많다고 설명했다. IBM 일본지사의 오카모토 미키 대변인도 수업 반응이 긍정적이었다고 전했다.
표정 전문가인 야엘 하네인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교수는 마스크의 장기 착용과 얼굴 근육의 관계를 따져본 학술 연구가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과정이 어렵고 개인차도 크겠지만, 얼굴 근육 역시 다른 근육처럼 훈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