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진출·제품출하량에 더 관심
애플의 고금리 저축 상품 출시에 미국 금융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지만 증시는 다소 잠잠한 분위기다. 오히려 증권가는 ‘애플 통장’을 확대 해석하기보다 애플의 인도 시장 진출을 더 눈여겨 보고 있다. 애플의 플랫폼 생태계는 결국 자사 기기 사용자를 기반으로 하기에 그래도 ‘제품 출하량’이 투자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다음달 1분기(애플 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점쳐지는 ‘자사주 매입’이 단기 투자 포인트로 꼽힌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8일까지 국내투자자들은 애플 주식 6억1325만달러(약 8083억원)를 매수결제했으나 매도 결제액은 이보다 많은 9억625만달러(1조1944억원)에 달해 총 2억9300만달러(3862억원)어치를 순매도 결제한 것으로 집계됐다. 18일(현지시간) 애플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전일 대비 0.75% 오른 166.47달러로 장을 마쳤다. 전날 ‘애플 통장’의 주목도에 비하면 주가는 미지근한 반응이다.
최근 애플은 ‘애플카드’ 사용자들이 골드만삭스를 통해 연 4.15%의 이자를 받는 ‘애플 통장’을 선보였다. ▷애플페이(간편결제 서비스) ▷애플월렛(전자지갑 앱) ▷애플카드‘(신용카드) ▷애플캐시(개인 간 송금 서비스)에 이은 후속작이다.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제안한 애플로 예치금이 대거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미국 금융가를 흔드는 ’메기‘가 등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애플의 공격적인 행보에 국내 시장도 당혹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증권은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이 어렵다고 보고 아이폰 사용자를 겨냥해 간편결제 서비스인 ‘미래에셋페이’를 출시했지만 철수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관련 시스템 개발과 가맹점 NFC 태그기기 설치, 운영비 등으로 상당한 초기 비용을 지출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럼에도 투자 포인트의 핵심은 역시나 ‘제품 출하량’이라는 분석이 많다. 애플의 서비스들은 자사 기기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다. 제품 매출이 견고하게 뒷받침해줘야 관련 서비스 실적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증권가에선 ‘애플통장’보다 인도 시장 진출을 더 눈여겨 보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애플은 팀 쿡 CEO가 참석한 가운데 인도의 최대 도시 뭄바이에 첫 오프라인 매장인 애플스토어 BKC를 열었다. 인도는 향후 애플에 미국과 중국 시장에 가까운 수준의 수익과 아이폰 판매를 가져다줄 기회의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단기적으론 애플의 자사주 매입 행보도 주목할 만한 투자 포인트다. 통상 애플은 5월 4일 1분기(애플 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해왔다. 지난 2년 간 9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왔기에 이번에도 비슷한 규모를 예상하는 관측이 우세하다. 13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크레디트 스위스는 “지난 1분기에 애플의 주력 상품인 아이폰에 대한 수요가 회복됐을 것”이라며 “앞으로 애플의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 규모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