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희의 현장에서] ‘주 69시간 ’ 혼선 자초한 대통령실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고용노동부의 입법예고로부터 2주째, 대통령실이 ‘진화’에 나선지도 벌써 일주일째다. 이쯤이면 논란이 잦아드는 기미가 보일 만도 한데 상황은 오히려 정반대다. 해명을 하면 할수록, 설명을 하면 할수록 어째 더 꼬인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가 추진 중인 개편안에는 ‘주 69시간 근로제’라는 딱지가 붙은 상태다. 당장 ‘주 52시간’제와 비교해 ‘초장기 노동을 강요한다’는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대통령실은 “극단적 프레임이 씌워진 탓”이라며 억울한 기색이지만 비판적인 여론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69라는 숫자에 매몰돼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대통령실의 항변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개편안은 현재 ‘주 단위’로 된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제도를 개편하더라도 근무 총량은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하되, 오히려 분기·반기·연단위로 갈수록 근로시간 총량이 10%씩 줄도록 설계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근로자의 선택권과 건강권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이 정책 혼선의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는 개편안을 입법예고한 지 불과 8일 만에 나왔다. 곧바로 제도 개편의 ‘완전 백지화’ 가능성이 제기되자 대통령실은 ‘여론수렴 후 보완 검토’라는 데 재차 방점을 찍었다. 그러다 ‘주 60시간’이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했다.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단초다. ‘윤 대통령이 상한캡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분석이 자연스레 뒤따랐다. 이에 대통령실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고 재차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이번 ‘주 69시간’ 논란의 주요 원인으로 ‘소통·홍보 부족’ ‘지나친 프레임화에 따른 인식 왜곡’ 등을 꼽고 있지만 대통령실의 대응이 오히려 혼란을 부채질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대통령실과 정부의 정책 혼선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근로시간제도 개편 관련 엇박자도 벌써 두 번째다.

지난해 6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 방향을 발표하자 윤 대통령이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에서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부인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8월에는 박순애 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학 연령을 만 5세로 조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가 비판 여론에 사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정부 정책의 최종 컨트롤타워다. 개별 부처의 섣부른 정책 발표나 정책 간 충돌을 막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대통령실과 정부의 정책 엇박자는 결국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