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새 정부의 복합위기 해법

이달 초 윤석열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도 경험하지 못한 대내외적 경제적 난제들을 안고 출범했다. 국가채무는 문재인 정부에서만 415조원 증가해 올해 말 국가채무 비율이 50%를 넘어설 전망이고, 올해 누적 무역수지 적자도 5월 20일까지 110억달러 발생해 ‘쌍둥이(재정+무역) 적자’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또한 이미 치솟은 물가에 금리, 환율까지 오르는 ‘3고(高)’ 현상과 19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를 탈출구 없는 위기로 빠뜨리고 있다. 새 정부 경제팀은 출범과 함께 ‘퍼펙트스톰’에 버금가는 총체적 복합위기에서 벗어나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미국의 ‘빅스텝’ 금리 인상, 중국의 방역 봉쇄 충격 등 대외 악재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하반기에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다. 최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도 전 세계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글로벌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와 생산 모두 위축돼 글로벌 경제는 인플레이션과 잠재적 경기 침체라는 양면적 위험으로 둘러싸인 상황이다.

한국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전년 대비 3.2%로 오른 이후 올해 3월 4.1%, 4월 4.8%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채권시장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돌입을 앞두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0%에서 2.5%로 하향 조정했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와 무디스도 일제히 3.0%에서 2.7%로 낮췄다. 국내에서도 한국경제연구원이 2.9%에서 2.5%로, 한국개발연구원(KDI)도 3.0%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에서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짙어지고 있어,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것이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대두된다. 최근의 인플레이션 원인은 수요 및 공급 측면이 혼재돼 있어 금리 인상의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역효과는 클 수 있으므로 정책 공조가 중요하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금리 인상 추이를 주시하면서 국내 물가·경기 여건에 맞춰 신중하게 통화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 반면 정부는 공급망 및 유통구조 관리, 관세 인하, 수급 조절 등을 통해 물가관리를 지속해야 한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최종적인 수단은 재정이므로 재정준칙을 제도화하고 포퓰리즘성 재정지출을 과감히 줄여 재정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 수준에 머물고 있고 2030년에는 ‘제로성장’시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저성장이 ‘뉴노멀’로 고착화하고 있는 한국에서 잠재성장률이 추락한다는 것은 한국의 성장엔진이 꺼져간다는 의미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복합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잠재성장률의 회복뿐이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과거처럼 투입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성장 의지를 꺾는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는 획기적인 규제개혁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진정한 노동개혁이 필수적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줄기차게 민간 중심의 경제 성장을 강조해왔고, 취임사에서도 “도약과 빠른 성장을 이룩하지 않고는 양극화와 사회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동안 역대 모든 정부에서도 규제 및 노동개혁을 추진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난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새 정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실질적인 개혁을 이끌어 기업들이 스스로 고용과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친시장·친기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경쟁과 개방으로 취약 부문이나 한계기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해 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다.

강명헌 단국대 명예교수·전 금융통화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