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실제로 만나보고 싶다.”
최근 신한라이프 광고에 등장한 ‘춤추는 여성’으로 화제가 된 가상 인간 ‘로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받은 쪽지다. 로지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면서 초기 3개월 동안 ‘가짜 인간’임을 밝히지 않았다. 그사이 일부 이용자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호감을 표하기도 했다.
가상 인간이 사람에 버금가는 인기를 끌고 있다.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의 ‘로지’를 비롯해 LG전자가 선보인 ‘래아’, 디오비스튜디오가 제작한 ‘루이’, 온마인드의 ‘수아’ 등 모두 여성으로 설정, SNS를 중심으로 인플루언서급으로 성장하고 있다. 로지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3만8000여명, 래아는 1만2000여명, 루이의 유튜브 구독자는 2만3000여명 수준이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계정 기준 팔로워 1만명을 넘어선 수준이지만 개설된 시점을 생각하면 성장세는 빠르다.
특히 로지가 등장한 유튜브 광고 영상은 지난 1일 게재 후 현재 조회 수 143만회를 넘어섰다. 기업 광고 영상으로 단기간에 흥행을 끈, 드문 사례다. 개발사와 기업 양측의 예상보다 광고 효과는 컸다. 애초 1년 계약기간이 연장될 가능성도 열렸다. 개발사 측에 따르면 로지를 광고모델로 발탁한 브랜드의 후속 광고도 이어질 예정이다.
앞서 디오비스튜디오가 만든 가상 인간 ‘루이’는 한국관광공사의 ‘대한민국 안심여행’ 캠페인에 이어 파트라X생활지음의 브랜드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가상 인간의 인기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정교한 컴퓨터그래픽 기술력이 꼽힌다. 외형부터 동작 하나하나 ‘디자인 컴퓨팅’이 극대화된 덕분이다. 수만건에 달하는 디자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이 학습을 거듭하면서 완성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개발사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 측은 “(로지를) 버추얼 인플루언서라고 이야기하기 전에는 누구도 3D 가상 모델임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향후 실시간 인터랙션(Interaction)이 가능한 가상 인간도 등장할 예정이다. 수아를 제작한 개발사 온마인드 측은 이용자와 실시간 반응이 가능한 ‘인터랙션 기술’을 바탕으로 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로도 이용자와 접점을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NS를 통해 실제 이용자와 대화하면서 친숙함을 형성하는 점도 이유다. 로지, 래아 등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상사진을 공유하며 이용자와 대화를 나눈다. 겉으로 보면 실제 사람의 SNS계정과 다를 바 없다. 이는 가상에 친숙한 MZ세대(1980년대~2000년대)를 중심으로 호응을 얻는 모양새다.
가상 인간을 활용한 마케팅 사례도 증가할 전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집콕’ 경제를 겪으면서 특히 MZ 이하 세대는 가상 현실에 친숙함을 느끼고 있다. 향후 주요 소비층인 이들이 성인이 돼도 계속 활용할 것”이라며 “(가상 인간이) 여러 가지 형태로 활용되면서 앞으로 다양한 아이덴티티(정체성)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인사이더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가상 인간을 포함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시장은 오는 2022년께 150억달러(17조235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