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번개 탓 최근 24시간내 산불 187건 발생
기후변화 여파…보건위기·공항운영 전면 중단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온이 1년 중 대부분이 눈과 얼음으로 덮인 ‘동토지대’였던 러시아 시베리아를 바꿔 놓고 있다. 특히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 시베리아 도시 야쿠츠크와 근처 50개 마을, 정착촌은 산불로 인한 자욱한 연기로 뒤덮였다.
야쿠츠크 공항은 짙은 연기 때문에 도시를 오가는 항공편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러시아는 폭염, 가뭄, 안전수칙 위반으로 인한 산불에 시달리고 있는데 특히 동북부 사하 공화국에 피해가 크다.
재난당국은 사하(야쿠티야) 공화국 지역에 지난 24시간 동안 발생한 산불이 무려 187건이라며 화염의 휩싸인 토지의 면적이 1000㎢에 달한다고 밝혔다.
아이센 니콜라예프 사하 주지사는 “산불 상황이 매우 안 좋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하는 최근 150년 이내에 가장 건조한 여름을 보내고 있고 6월 기온은 관측 이래 최고”라며 “매일 내려치는 마른 번개와 이런 환경이 결합해 산불이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북극권에서 벼락이 빈발하는 현상을 기후변화 심화의 흉조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
번개는 지표의 공기가 가열돼 생기는 상승기류에 따라 발생하는 만큼 냉기가 유지되던 북극권에서는 드문 현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북극권 얼음이 녹고 수증기를 품은 온기가 올라가 번개가 생기기 쉬운 환경이 점점 더 많이 조성되고 있다.
러시아 동북부 지역 주민들은 지속되는 산불 때문에 큰 불편과 우려를 호소하고 있다.
마가라스 마을에 사는 바실리 크리보샤프킨은 “연기 때문에 서로 볼 수가 없을 지경이고 눈이 타들어 가는 듯하다”며 “연기는 주민들 건강에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