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US여자오픈 골프서 역전우승

LPGA 데뷔 앞두고 창원서 훈련중

“미국서 내 한계 뛰어 넘고 싶다”

“내 한계가 10이면, 11을 하겠다”김아림의 무한도전 [조범자의 필드 TEE-TALK]
돌아가지 않는 정면승부형 골프, 철저한 분석,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정신. 미국 무대에서 펼칠 김아림의 무한도전 골프가 이제 곧 시작된다. [KLPGA 제공]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복싱에 비유하자면, 제 골프 스타일은 핵펀치를 보유한 아웃복서입니다. 확신이 설 때는 돌아가지 않고 정면승부하죠.”

또 한 명의 ‘공격형 골퍼’가 새로운 라운드의 티박스에 섰다. 데뷔 장면이 드라마틱했던 만큼, 새로운 골프여제 탄생에 대한 기대가 뜨겁다. 올시즌 미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보는 재미가 몇 배 더 커질 것같다.

지난해 12월 US여자오픈에서 최종일 마지막 세 홀 연속 버디를 낚는 대역전극으로 우승을 차지한 ‘장타여왕’ 김아림(26)이 미국 진출을 앞두고 경남 창원 용원CC에서 동계훈련에 땀을 쏟고 있다. 김아림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서 US여자오픈 직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통화한 장면을 떠올리며 우승 당시 흥분을 되새겼다.

“롤모델과 통화를 하다니 정말 꿈같았어요. 할말이 정말 많았는데 감탄만 하다 끝나 너무 후회되더라고요. 그날 밤 이불을 몇 번이나 찼는지 몰라요.” LPGA와 골프닷컴 등 현지매체들은 김아림을 올시즌 신인왕 후보 중 한 명으로 꼽고 있다. 롤모델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장타 장점 살리고 단점은 최소화 집중”=김아림은 오는 3월3일까지 이어지는 겨울 훈련에서 “기본기를 중심으로 디테일한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LPGA 투어 첫 출전 대회는 정하지 못한 상황. 다음달 25일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에서 열리는 KIA클래식이 유력하다.

김아림은 “실수를 통해서 어떤 점을 보완할지가 분명해지는데, 사실 US여자오픈에서 실수를 경험하지 못했다. 투어 대회를 겪으면서 필요한 부분, 고쳐야할 부분이 나올 것같다”고 했다. 현재는 평소 습관 등을 코치와 상의하며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부터 김아림의 스윙코치를 맡아 함께 훈련 중인 김기환 코치는 우선 스윙의 장단점을 구분해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장점은 역시 강한 피지컬에서 나오는 장타다. 김아림은 지난시즌 KLPGA 투어서 드라이버 평균 259.5야드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김 코치는 “장기인 장타를 살리기 위해 스피드를 전부 낼 수 있도록 체력훈련을 한다. 단점은 한번 미스하면 예기치 못한 큰 실수가 나온다는 점이다. 바람과 잔디 파악을 확실히 못할 경우 클럽 헤드를 더 누르고 치려는 경향, 스윙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미국은 잔디가 타이트해서 헤드를 더 누르고 가파르게 올릴 가능성이 있는데, 백스윙이 높아지지 않도록 몸통 턴을 플랫하게 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 한계가 10이면, 11을 하겠다”김아림의 무한도전 [조범자의 필드 TEE-TALK]
김아림이 지난해 12월 US여자오픈 골프에서 우승한 후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게티이미지]

“지름길 없는 골프…미국서 내 한계 뛰어넘겠다”=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골프를 시작한 김아림은 또래에 비해 일찍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아니었다. 스물한 살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투어에 데뷔한 뒤 3년차에야 첫승을 신고했다. 1995년생 동갑내기인 김효주와 백규정(이상 2015년 미국 진출), 고진영(2018년)에 비해 LPGA 투어 데뷔도 늦었다. 스스로도 “골프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출발은 늦었지만 스스로 믿는 구석이 있다. 끊임없이 관찰하고 분석하고 연구하는 태도. 그리고 성실함이다.

“제가 해보니까 지름길이 없더라고요. ‘김아림의 골프=성실함’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열심히 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 그게 기적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미국에 가서도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분석과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을 거에요.”

벌써부터 김아림이 한국인 신인왕 계보를 이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뜨겁다. 한국 선수들은 2015년 김세영을 시작으로 전인지, 박성현, 고진영, 이정은이 5년 연속 신인상을 휩쓸었다. LPGA 투어는 코로나19로 대회가 축소된 지난 시즌 신인왕을 선정하지 않았다. 김아림은 그러나 신인왕이라는 목표보다는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신인왕보다는 작년의 나보다 더 성장한 내가 되고 싶은 게 목표에요. 현재의 제 한계가 10이라면, 11을 해내는 것을 꿈꾸죠. LPGA 무대에서 많은 걸 보고 느끼고 싶어요.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