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루존 섬 칼라오 동굴서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와 해부학적으로 유사
기존 인간 진화 시나리오와 다른 새로운 흔적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필리핀 북부 한 섬에서 약 5만~6만 7000여년 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종의 인류의 유골이 발견됐다. 이 신종 인류는 300만년 전 아프리카에 살았던 최초의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해부학적 유사성을 보이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이 인류의 진화가 기존의 ‘정설’보다 훨씬 더 복잡하게 이뤄졌다는 증거로 보고있다.
10일(현지시간) 파리 자연사박물관 플로랑 데트루아 박사, 필립 파이퍼 호주국립대 고고인류학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과학 전문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필리핀 루존 섬의 칼라오 동굴에서 발굴한 7개의 치아, 2개의 두개골, 그리고 3개의 발뼈, 1개의 허벅지뼈 등 13개의 유골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유골은 다른 종에서 발견되는 것과 다른 조합의 특징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가 ‘호모 루조넨시스’라고 이름 붙인 새로운 종이 발견됐음을 보증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루조넨시스가 4피트 남짓(120㎝)의 작은 키를 가졌을 것으로 추측했다. 또한 호모 루조넨시스는 손가락과 발 뼈가 굽어 있는 특징을 가졌으며, 이는 200~3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만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특징과 매우 흡사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원시 인류의 특징을 가진 호모 루조넨시스가 발견되면서 모든 인류가 아프리카에서부터 전세계로 퍼진 호모 에렉투스의 ‘후손’이라는 기존의 진화 시나리오는 새로운 도전을 받게 됐다.
보고서의 제1저자 파리 자연사박물관의 플로랑 데트루아 박사는 “이제 우리는 인류진화의 역사가 훨씬 더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됐다”면서 “호모 사피엔스와 동시에 몇개의 서로 다른 종이 존재했고, 이종교배를 했다가, 멸종되기도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