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경영진 교체 원했던 효성, 표 대결에서 패배 -절차 문제 등 향후 추가 다툼 가능성도 열려있어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최대 주주이자 거대 그룹과 소액 개미 투자자들의 싸움은 개미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회사의 최대 고객이자 주주는 법적 절차 문제를 들며 2라운드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카프로는 24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현 대표이사인 박승언 사장 등에 대한 연임 안건을 가결했다. 회사의 지분 11.65%와 10.88%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인 효성과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박 사장의 연임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주총 표 대결을 선언했지만, 소액 주주들로부터 표심을 모은 현 경영진이 방어에 성공한 것이다.
최대 주주이자 카프로의 주력 생산품 카프로람탁의 최대 구매 고객이기도 한 효성은 박 사장 취임 이후 3000억원 가까이 쌓인 누적 적자를 문제삼으며 경영진 교체를 원했다. 이에 박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시황 변동 및 흑자전환을 무기로 소액 주주들로부터 위임장을 모았고, 결국 전체 주주의 45% 정도, 이날 주총 참석 및 위임장, 전자투표 등을 통해 의사를 밝힌 주주 절반 이상의 표심으로 연임에 뜻을 이뤘다.
이 같은 소액주주들의 반란은, 대 주주인 효성에 대한 반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효성은 과거 카프로의 지분 상당수를 시장에 매각했고, 이 과정에서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카프로 관련 증권 게시판에 효성에 대한 성토의 글이 계속됐던 이유다.
당초 10시에 예정됐던 이날 주총은 10시 37분 경에나 시작됐다. 소액 주주들의 위임장 제출 및 현장 참석이 예상보다 늘어나며, 신원 확인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몇몇 주주들은 “내 시간도 소중하다”며 회사측의 업무 처리 미숙에 항의하기도 했다.
주총 시작 후에도 몇 차례 고성이 오가고 또 큰 박수가 나오는 등 진행은 쉽지 않았다. 현 경영진의 연임에 반대하는 효성 등은 회사의 실적 하락 원인을 놓고 현 경영진과 설전을 펼쳤다. 효성은 카프로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박 대표가 무리하게 공장 가동을 강행하며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하반기 일시적인 흑자가 발생했지만 이는 해외 업체의 가동 중단이나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에 따른 일시적인 생산량 조절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카프로 측은 어려운 시황 속에서도 하반기 흑자경영을 한 점을 효성이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지난해 8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주식을 장내매도하는 등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표 대결에서 패배한 효성 측은 위임장 제출 과정 등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자칫 이날 카프로 주총이 추가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또 업계에서는 최대주주이자 최대 고객과 의견을 달리한 현 경영진의 연임이, 실적 악화로 이어질 상황도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프로가 대주주인 효성에 절반 가까이 납품하고 있는데, 이번 분쟁에 따라 효성이 거래를 중단하거나 비중을 줄일 경우 카프로가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등에서 만드는 나일론 원료 카프로락탐 가격은 카프로의 공급가보다 낮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