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갑·을 등 거물들의 전쟁 면접장서 지도부도 ‘몸낮추기’

새누리당이 22일을 기점으로 수도권 공천 신청자 면접을 마무리했다. 현역 의원은 물론, 당 지도부나 심지어 공천 면접관까지도 예외 없이 자기소개에 열변을 토했다. 마치 취업준비생처럼 상기된 표정으로 면접장에 들어서는 진풍경이 연일 연출됐다. 지도부도 면접관도 모두가 몸을 잔뜩 낮추는 공천전쟁의 진풍경, 아니 살풍경(殺風景)이다.

22일 면접의 최대 관심지는 서초갑과 서초을이다. 서초갑에서는 이혜훈 전 최고위원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무성 대표의 처남인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고문, 조소현 변호사 등이 격돌한다. 특히 출마선언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인 ‘비박(非朴)계’ 이 전 최고위원과 ‘친박(親朴)계’조 전 수석의 대결 결과가 주목된다. SNS에도 열심인 두 사람은 면접과 관련해서는 별 동향을 전하지 않고, 조용하게 면접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서초을도 거물들의 전쟁이다. 현역인 강석훈 의원에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정옥임 전 의원이 나서 혈전을 벌인다. 이밖에 송파 갑ㆍ을ㆍ병 등 새누리당의 ‘강남 텃밭’이 대거 포함됐다.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 지역이다. 그만큼 후보자 간 공천전쟁도 뜨겁다.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인 황진하 사무총장이 면접자로 ‘변신’한 것도 이목을 끌었다. ‘면접관’에서 ‘면접자’로 일순간 위상이 뒤바뀐 셈이다. 황 사무총장 측은 “우선 면접관으로 참여하다가 본인 순서에만 면접자로 자리를 옮길지 등은 황 사무총장 본인의 재량권으로 남겨둔 상태”라고 전했다. 황 사무총장의 지역구 경기 파주을은 총 3명의 예비후보가 공천을 신청한 상태다.

황 사무총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면접 때문에 사무총장으로 자리를 뜰 수 없으니 덕담 전해드린다”며 “뵙고 싶은 마음 하늘만 하나, 못 찾아뵈니 문자로 메시지를 드릴 수밖에…”라며 지역 활동을 대신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역시 지난 주말 면접에 참여했다. 그는 대기 중인 후보들과 악수하며 “당헌당규에 의해 어김없이 다 똑같이 평등하게 (면접을) 해야 한다”고 전한 뒤 면접장에 들어갔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원내대표도 면접보는 게 당연하다. 앞으로도 누구나 똑같은 조건 아래서 공정하게 모든 결정을 내리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수도권 일정이 마무리되면 뒤이어 영남권 면접이 진행될 예정이다. 여기서 관건은 김무성 대표의 면접 참석 여부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김 대표도 면접에 안 나오면 공천 보류”라고 예외없는 적용을 앞세우고 있다. 반면, 당 대표가 면접관 앞에서 ‘자기 소개’를 해야 하는 데에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김 대표와 이 공관위원장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다.

김 대표는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공개 발언을 생략하는 등 무언의 시위에 들어갔다.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에서 공천 룰을 두고 서청원 최고위원과 설전을 버리다 자리를 박차고 나간 김 대표다.

김상수ㆍ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