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피해자 진술 일관성 없다”
강간 및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남성이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풀려났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8부(부장 이광만)는 아동ㆍ청소년 성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서모(24)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서씨는 2014년 알게 된 A양(당시 17세)을 모텔에서 강간하고, 이후 A양 집에서 추가로 강제추행을 해 재판에 넘겨졌다. 이미 강간 등으로 형을 선고받아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던 서씨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또다시 범행을 저질러 1심에서 징역 5년에 전자발찌 부착 10년, 신상공개 10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에서 판결은 뒤집어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데 진술의 합리성과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원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 판결에 따르면 A양은 경찰에서 서씨와 대질신문을 할 때부터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범행이 있고 불과 한달 후였지만 A양은 강제추행을 당한 시간과 날짜를 번복해 경찰에게 지적을 받았다.
1심 증인신문에선 “강간을 당한 건 일부 기억나지만 강제추행은 오래돼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가 2심에선 “성관계를 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고, 강제추행은 기억난다”고 또다시 말을 바꿨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이 있고 약 10개월~1년6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A양은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 무렵 다른 일들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점을 보면 피해자의 애초 경찰 진술은 실제 경험하지 않은 내용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2심에서 서씨와 A양이 사건 전후 페이스북 메신저로 나눈 대화내용이 새로운 증거로 제시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A양은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한 그 다음날 서씨에게 ‘오빠생각’, ‘쉬엄쉬엄해 아프지 말고’, ‘일 조심히 해 ♡’ 등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강간 피해에 대해 항의하지 않고 오히려 메신저로 애정표현을 한 점,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당일에도 메신저로 서씨에게 자신의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주며 먼저 들어가 있으라고 한 점은 성범죄 피해자의 행동이라고 하기엔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