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지난달 17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에서는 환율전쟁에 따른 수출부진 우려 목소리가 금통위원들 사이에서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10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일부 금통위원은 유럽ㆍ일본 등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나타난 원화 강세를 방어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한국도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환율전쟁’에 대응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특히 일부 위원들은 엔화와 유로화 대비 원화 강세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A위원은 “엔화나 유로화 약세는 일본과 유럽연합(EU)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에 대해 큰 폭의 수익성 악화와 수출 감소를 초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스위스 중앙은행 등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경기를 활성화하려는정책이라기보다는 자국의 통화가치 상승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선 우리나라도 환율 변동성을 축소하는 데 적극 나서는 것은 물론 관련된 여러정책 수단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ECB의 양적완화 정책 발표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자 지난 1월 대(對) EU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했다. 2월엔 감소 폭이 30.7%로 커졌다. 지난1월에는 일본에 대한 수출도 19.5% 줄었다.

B위원도 “그간 엔화ㆍ유로화 약세에도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크게 절상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으나, 유럽의 양적완화 발표 이후 글로벌 통화완화 기조가 확산돼 실질실효환율의 절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실질실효환율은 각 나라의 물가와 교역량을 반영한 통화의 실질적인 가치다.

C위원은 경쟁국인 일본의 수출이 점차 호조세를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한국의 수출 부진을 ‘적신호’로 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D위원도 글로벌 금융 상황이 변하는 가운데 원화가 고평가되는 상황이 발생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조업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현재 구조가 지속 가능한지 새로운 관점으로 재점검해봐야 한다면서 “지급준비금 제도의 유연한 운영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갖춰 만일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통위원 대부분은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미약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들은 금융중개지원대출 제도 등 기준금리 이외에도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한 다른 정책 수단을 마련할 것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