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퇴한 ‘김영란법’ 왜?....“원안대로 하면 법앞에 불평등, 현역 의원 프리미엄도 볼 수 없다”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국회에서 좌초하면서 누더기법 논란이 일고 있다. 소관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에서조차 당초 원안보다 후퇴한 안을 내놓으면서다. 일각에서는 김영란법의 후퇴는 공직비리 척결을 바라는 ‘국민정서’가 아니라 여의도 ‘국회정서’에 더 충실하기 때문이란 비아냥도 나온다. 하지만 정치권은 오해와 편견이 있다고 주장한다. “원안은 정상적인 의정활동까지도 방해하는 과잉 규제”라며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회의원들이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내용 중 하나는 ‘부정청탁’이다. 공직자에게 부정청탁하거나, 공직자가 다른 공직자에게 청탁만해도 과태료를 물도록 하는 원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처벌받는 부정청탁의 기준이 불투명하고, 정당한 민원까지도 청탁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고 꼬집는다.

새누리당 김을동 최고위원은 최근 김영란법 정책 간담회에서 “한 단체가 힘들어 해서(법안 제정 등을) 도와드렸는데, 자칫 다른 단체의 이익과 충돌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피해를 입은 단체가 고발에 나설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만큼 정기국회 기간으로 처리를 못박아선 안된다”고 밝혔다.

호남에 지역구로 둔 한 야당 의원은 “청탁을 받으면 기관장에게 신고를 하게 돼 있다. 그런데 친한 사람이 하면 넘어가고, 친하지 않은 사람이 청탁하면 신고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권익위 검토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여당의 한 초선의원 역시 “원안 후퇴라는 국민들의 눈총을 피할 순 없겠지만, 원안대로 가는 것은 힘들다”며 수정이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같은 우려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입에서 주로 튀어나온다.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현역 의원 프리미엄을 얻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구 의정활동을 위한 민원해결, 예산확보 등의 과정이 자칫 부정청탁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선 여당 지도부도 연내 처리를 약속하고 있지만 이 법이 해를 넘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정치권이 국민들의 눈높이를 감안해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연내 처리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국민적 관심이 예산국회에 쏠려 있다 보니, 김영란법에 대한 관심이 덜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예산국회가 끝나면 김영란법이 화제가 될 것이고, 국회도 이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며 “정기국회 때라고 장담하긴 어렵지만 임시국회라도 열어 연내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정치력을 발휘해 결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