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3살짜리 아이를 둔 주부 조모(34)씨는 최근 유해성 논란을 일으킨 물티슈의 보존제 성분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에 대해 알아보느라 외국 사이트까지 뒤졌다. 조씨는 “업체 해명이 신뢰가 가지 않아 직접 찾다보니, 계면활성제의 기본원리부터 팔자에도 없는 화학공부를 하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화장품 성분을 따지는 꼼꼼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우리 아이가 어떤 제품을 쓰는지 꼼꼼하게 따지는 엄마들은 뜻하지 않게 어려운 화학용어까지 공부하는 지경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강과 안전에 대한 관심 속에 화장품 성분을 분석해주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단 1%의 성분도 따지고 쓰겠다는 이들이 늘면서, 국내 화장품 성분 분석 사이트도 늘어나는 중이다.
국내 화장품법에 따르면 원료 중 일부가 식물추출물이나 식물오일 등 천연 성분으로 구성돼 있으면 천연화장품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 천연화장품에서 한발 더 나아간 유기농 화장품도 합성원료 사용이 5%까지 가능하다. 즉 천연, 유기농 원료를 제외한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채 천연화장품이라는 말에 소비자가 현혹될 수 있는 것이다.
화장품 성분 분석 서비스가 인기를 끌다보니 포털사이트 다음은 지난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화해(화장품을 해석하다)’와 제휴해 8400여 개별 성분 정보를 수급, 화장품 성분 검색 서비스까지 시작했다.
해외 사이트 중에서는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에서 운영하는 ‘EWG SKIN DEEP(www.ewg.org/skindeep)’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 각종 임상과 학술 자료에 근거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준으로 화장품 성분, 제품, 브랜드에 대해 0~10까지 등급 유해도 점수를 설정해 제공한다.
소비자들이 똑똑해지다보니 화장품 업체들의 무첨가 마케팅도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파라벤 프리’는 그야말로 애교수준으로 ‘무(無)파라벤’이라고 표기된 화장품은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세균과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하고 제품을 유지시키는데 필요한 파라벤은 식품, 화장품 및 의약품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법적으로 허가된 보존제지만 꺼리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사용이 주는 추세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식품 분야의 무첨가마케팅보다 화장품 업계의 무첨가 마케팅이 더 뜨겁다”며 “이번 물티슈 사태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질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도 마찬가지다. 국내에 천연화장품으로 알려진 해외 유명 브랜드의 헤어 컨디셔너 제품 등 이 물질을 사용한 화장품은 적지않다. 국내법상 0.1% 미만으로 화장품에 사용해도 괜찮다고 하지만, 아이를 닦아주는 용도로 주로 사용하는 물티슈였기 때문에 엄마 소비자들 사이에 파장이 커졌다.
물티슈업체의 한 관계자는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다른 보존제 성분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추가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는 유기농산물ㆍ가공식품에 대한 인증체계는 갖춰져 있으나 유기농화장품에 대한 인증기관은 없어 업체들이 다양한 해외 인증기관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