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국내에 유럽산 원유 도입이 부쩍 늘어났다.

3일 한국석유공사가 집계한 정유업계의 2009년과 2014년(상반기) 원유수입 현황을 비교해 보면 유럽산(영국) 원유 도입량은 2009년 전무했으나 5년 만에 중동ㆍ아시아산에 이어 지역별 도입 비중 3위(5.1%)를 차지할 만큼 증가했다.

중동산 비중은 2009년 84.4%에서 2014년 상반기 85.2%로 소폭 상승하면서 1위 자리를 지켰다. 유럽산 도입이 늘어나면서 아시아산 비중은 14.0%에서 7.8%로 줄었다.

유럽산 도입이 늘어난 것은 2011년 7월 한ㆍEU FTA가 발효된 이후 유럽산 석유제품 수입 때 붙었던 관세 3%가 철폐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해운 운임가격이 하락해 굳이 아시아산 원유를 고집해야 할 이유도 사라졌다. 또 유럽과 중동 사이 아시아 국가 원유 수출을 놓고 경쟁까지 겹쳐지면서 유럽산 원유 수입이 확대됐다.

2012년 불거진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도 대체품인 유럽산 수입 비중을 키웠다. 또 국내 업체들이 원유를 수입하는 아프리카산은 1.4%에서 1.7%로, 아메리카산은 0.2%에서 0.3%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남미는 유종이 달라 국내 설비에 투입하려면 전(前) 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는 등의 제약이 있고, 미국은 안보상의 이유로 원유 수출을 40년간 막고 있어 아메리카산을 더 들여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체별로는 GS칼텍스의 유럽산 비중이 7.1%로 가장 높았고, 현대오일뱅크 6.9%, SK에너지 4.3% 순이었다. 2009년 사우디아라비아산으로 100%를 채웠던 에쓰오일도 올해 들어서는 유럽산 비중을 2.8%로 늘렸다.

문영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정부와 업계가 수년간 다변화 노력을 했지만 중동의 공급 경쟁력이 워낙 뛰어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국제석유시장에서 중동 위주의 과점 구조가 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동아시아 국가로 원유 수출을 모색하는 러시아와 비전통석유 개발로 원유 생산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캐나다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