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트-진준현> 안정세로 먹고 사는 나라, 요르단

요르단은 중동에서 흔치 않은 비산유국이다. 산업 기반도 미미해 먹거리가 부족한 요르단은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 남짓한 가난한 국가중 하나다. 경상수지는 최근 몇 년간 30억 달러 이상의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요르단은 인근 국가에서 보기 힘든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이슬람 선지자 마호메트의 직계 후손인 하쉬마이트 왕가가 지배하고 있어 종교적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다. 왕족이나 정치권의 부정부패가 적고 국민들은 온순한 성향을 지니고 있는 등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다. 산업 기반과 자원이 부족해 대외무역 및 서비스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 때문인지 여타 중동 국가들보다 개방적이고 그만큼 우수한 인재도 많다. 중동ㆍ북아프리카(MENA)지역 중간에 위치한 지리적인 이점과 비교적 선선한 기후도 강점이다.

반세기 넘게 이어져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속에서 일부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이웃인 요르단 땅에 정착했다. 이렇게 요르단에 정착한 난민들은 현재 요르단 전체 인구의 6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며, 그들의 사업가 기질로 요르단의 비즈니스계를 움켜쥐고 있다. 요르단의 공공분야는 요르단 원주민(아랍족 베두인), 민간분야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다. 요르단 현 왕비인 라니아 왕비도 팔레스타인계로, 요르단 여성 인권상승 및 교육 개혁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테러가 일상화된 이라크에서는 많은 부자들이 요르단으로 피신해 정착했다. 이라크 부호들은 요르단을 통한 대 이라크 중개무역을 발달시켜 요르단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수도 암만 인근 자르카(Zarqa) 경제자유구역에는 약 5만개 이상의 이라크 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이라크로 자동차 및 부품, 생필품 등을 수출하거나 이라크 내 대형 프로젝트의 에이전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오죽하면 ‘이라크 진출 상담은 요르단에서, 최종 확인만 이라크에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아랍의 봄’을 경험한 대표적 국가들인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에서는 부상자들이 치료를 위해 대거 요르단을 방문했다. 요르단에는 우수한 의료 인력들이 많고, 다른 주변 국가들에 비해 의료기술 및 의약품 산업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또 온화한 기후를 비롯해 곳곳에 유명 관광지도 보유하고 있어 ‘아랍의 봄’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요르단을 방문했다. 이에 요르단은 2010년 월드뱅크가 선정한 세계 5위 의료관광 선진국에 꼽히기도 했다.

미국은 요르단에 진출해있는 의외의 복병이다. 요르단에 대한 원조금을 아끼지 않고, 요르단 내 대미수출관세 면제구역(QIZ)을 설치해 일정 쿼터 이상의 제품을 의무적으로 요르단에서 수입해주고 있다.

이처럼 최근 들어 불거진 주변국들의 정치적인 불안정이 요르단의 안정세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레반트 지역(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팔레스타인 등을 아울러 이르는 지명)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요르단을 거점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요르단에 진출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들도 요르단 자체 시장만을 볼 것이 아니라 주변 국가들도 함께 둘러보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할 것이다. 요르단의 경제를 보려면 주변국들의 정치 상황들도 함께 눈에 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