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함영훈> ‘인문소양 진흥’ 제대로 되려면…

윤일병은 35일간 상급자 6명에게 300번을 넘게 폭행당했다. 희생당하기 전 열 이틀은 하루도 빠짐없이 맞았다. 가해자들은 치약을 강제로 삼키게 했고 윤일병의 가족을 모욕했으며…차마 더는 이 글에 담지 못하겠다.

만 열다섯살 청소년 네 명은 가출 후 함께 생활하던 같은 또래 윤모양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끓는 물을 팔에 붓는 등 무차별적 폭행을 일삼다 숨지게 했다. 범행은폐를 위해 휘발유를 뿌리고 시멘트를 반죽해…더는 자세히 묘사할 수가 없다. 사무치는 원한이 있는 것도 아는데, 상상하기 어려운 반인륜범죄가 잇따른다. 이렇게 치명적인 범행을 저지를 만큼 심각한 원인이라도 있다면 메스를 대 보겠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저런 금수(禽獸)만도 못한 인간형이 따로 있다고 체념하기엔 너무 억울하다.

일탈 충동과 불안감은 비단 범죄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살률 1위, 정신병원을 찾는 어른과 아이들의 급증 현상은 우리의 ‘사회 심리’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우울, 불안, 격분, 일탈을 예방하는데 마음의 양식, 문화 예술 향유, 수양과 여행 만큼 좋은 것이 없다. 특히 가치관이 형성되고, 사회의 일꾼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10대,20대때 인문 소양을 쌓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6일 문화융성위원회가 인문정신 문화 진흥을 위한 7대 중점과제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 하다. 박 대통령도 “바른 인성과 창의성을 갖춘 전인적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우리 교육의 목표가 돼야 한다”며 “지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군내 가혹행위와 인권 유린, 학교에서의 왕따와 폭력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 적인 방안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교육부 문체부 자료에는 문ㆍ이과 통합형 교과과정 개편, 대학의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통섭형 교양교육개편, 인문학 기초연구 5년 단위 장기 기본계획 수립, ‘예술로 인문정신문화 보기’ 전시ㆍ공연 확대, 신ㆍ구 세대간 인생나눔교실 운영 등 아이디어가 넘쳐났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 백화점식 나열만 있을 뿐, 교육자와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인문학적 소양의 중요성을 느끼고 실천할 수 있는 핵심고리를 건드리지 않았다.

바로 취업과 진학이 인문학적 소양과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초ㆍ중ㆍ고 학생들에게 1차 지향점은 대학입시인데, 대입 제도를 인문 소양 중시 방향으로 개선하지 않은 채 백날 ‘백화점식 제도’를 내놓아 봐야 청소년들은 움직이질 않는다.

기업들은 ‘스펙 보고 뽑았다가 인성 보고 자른다’면서도 여전히 학력과 자격증, 필기시험 의존도가 높은게 현실이다. 소양을 쌓으니, ‘든 사람’은 물론 ‘된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고, 이렇게 인문 소양을 내 일상에 체화하니, 나를 좋아하고 뽑아가려는 대학과 기업이 많더라는 생각이 들어야, 인문학 진흥은 자발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정부 혼자서 될 일이 아니므로 대학과 기업이 인문 소양의 진흥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주는 일도 필요하다. ‘마음이 건강한 사회’는 누구 하나 이탈하지 말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동참해야 이뤄질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