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광장)‘미래의 흑사병’ 아동비만…문창진 차의과학대 부총장

문창진 차의과학대 부총장

우리나라 성인들은 비교적 날씬한 편이지만 아동들은 그렇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 비만율은 2012년 기준으로 남녀 모두 4% 초반으로, OECD 회원국 중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그러나 5~17세 아동의 비만율은 남성 25%, 여성 20%로 OECD 평균치보다 높고 순위도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 2월 교육부가 발표한 ‘2013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결과’에서는 아동ㆍ청소년 비만율이 15.3%로 지난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중고생의 비만율은 18%로 세계 1위를 차지한다. 이에 보건전문가들은 ‘오늘날의 아동세대는 부모보다 평균 수명이 짧은 최초의 세대’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까지 내놓고 있다. 우리가 아동비만 문제에 대해 주목해야 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비만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질병치료비가 2007년 1조5060억원에서 2011년 2조1284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사회경제적 손실까지 합치면 10조원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OECD에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총 의료비 지출의 1~3%가 비만관련 질병치료에 들어가고 이 비율은 향후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둘째, 아동은 미래를 책임질 세대이므로 아동 건강을 미리 지키지 못하면 미래사회는 희망이 없다는 점이다. 아동 비만의 약 8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져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아동 비만을 방치할 경우 성인이 돼 한참 일해야 할 나이에 각종 질병에 시달리면서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잦은 결근과 휴직으로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경제가 어려워지고 사회보장지출이 늘게 된다. 이 점에서 아동 비만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주범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미래의 흑사병’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셋째, 아동 비만은 아동의 책임이 아니라 어른의 책임이라는 점이다. 맞벌이 핵가족이 늘어나면서 아동들이 먹을거리를 혼자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데 문제는 아동들이 간편하고 자극적인 정크푸드와 탄산음료의 유혹에 약하다는 점이다. 영양소를 따져 식품을 선택할 지식이 없고 의지도 약하다.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할 이유도 느끼지 못한다. 때문에 아동 비만은 아동보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제적으로도 아동 비만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비만문제가 심각한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여사가 2010년 아동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렛츠 무브’(Let‘s Move)란 구호를 내걸고 범국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학교급식의 영양기준을 새로 만들어 과일과 채소의 비율을 늘리고 지방, 설탕, 소금 등의 성분을 대폭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식품과 음료 TV광고에 건강경고 문구를 삽입하고 이를 위반하면 광고주에게 일정비율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아동 비만 예방을 위한 조치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다지 활성화되고 있지 않다. 2009년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특별법’이 제정돼 시행 중에 있지만 아동 비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다. 마침 지난 1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주최한 한 토론회에서 비만예방 및 관리 종합대책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고 하니 이를 계기로 아동 비만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들이 하나하나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아동은 우리의 미래다. 아동이 건강해야 미래의 한국도 건강할 것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 못지않게 미래의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