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방안엔 빈 액자만 걸려있다. 높이도 제각각, 모양도 제각각인 액자는 프레임만 남았다. 그림이든 사진이든 무엇인가 담았을 것이 분명한 액자 프레임은 허공에 매달려 관객들이 만지는 대로 이리 저리 흔들거린다. 분명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 수수께끼 같은 질문이 끈질기게 따라 붙는다.

‘노바디’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여성작가 조숙진(54)의 설치 작품이다. 홍익대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1988년 미국으로 건너가 활동하고 있다. 외국인으로, 여성으로 사회 어디에도 속할 수 없었던 동시에 어디에나 속하는 ‘노바디’로서 고민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서울 근교에서 수집한 200여개 빈 액자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그 자체가 하나의 프레임이자 또 부재의 증거이기도 하다.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존재에 대한 오마주인 셈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의 SeMA 골드 ‘노바디’전에서 오는 5월 18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아트홀릭>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조숙진 ‘Frame’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