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 서지혜> 위기의 게임…CEO들은 왜 말이 없나

최근 논란이 되는 게임 중독법과 관련해 가장 바쁜 사람은 누굴까. 다름 아닌 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 대표다. 그는 최근 각종 관련 공청회와 토론회를 찾아다니며 항변하고 있다. 게임개발자연대 SNS에는 연일 그의 활동이 포스팅되고 종사자들의 응원글이 쇄도한다.

하지만 김 대표의 노력에도 정부와 정치권의 공세는 사그라지지 않는다. 백재현 의원은 지난 6일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몇몇 게임팬이 올려놓은 ‘팬아트’를 두고 해당 게임업체 대표를 꾸짖는 촌극을 벌였다. 신의진 의원은 정신의료계 인사들의 입을 빌어 연일 중독법의 당위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구경만 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 12일에는 슬그머니 간담회를 열고 웹보드게임 규제를 골자로 하는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음을 밝혀 업계의 뒤통수를 때리기도 했다.

많은 업계 종사자는 “게임 중독이 아니라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해야 하지만 이렇게 확대할 경우 관련 업계가 많아지기 때문에 게임 중독으로 한정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며 힘없는 업계를 한탄한다.

이 말은 억지스럽지만 일견 타당하다. 스마트폰 중독이 심하다며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한다면 대기업 제조사까지 연결될 테니 정부와 정치권의 부담도 커질 것이다.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업계를 때리고 있으니 ‘만만한 게 게임업계’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결국 게임업계가 ‘만만함’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업계 수장들의 움직임이 절실하다. 업계에는 김정주 김택진 김범수 등 젊은이들이 우상으로 삼는, 성공한 벤처인이 많다. 이들은 지난 20년간 스스로 일궈온 업계가 이처럼 비난받고 있는데 ‘자존심을 건 항변’조차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신의진 의원은 “실무진 뒤에 숨지 말고 대표들이 직접 대화에 응하라”고 공식 요청했다. 공청회 때마다 상대방의 말을 잘라먹는 ‘대화할 줄 모르는’ 정치권의 토론 요청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대화를 피하는’ 업계는 더욱 신뢰할 수 없다.

서지혜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