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남근기자] 기획재정부 업무 보고를 통해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를 재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가면서 증시 관계자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기재부는 3일 청와대에서 ‘경제부흥과 국민행복을 위한 업무 추진계획’이란 제목의 업무보고를 했다.

기재부는 업무보고에서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자 파생상품 거래에 저율의 거래세(선물 0.001%, 옵션 0.01%)를 부과하는 방안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거래세 부과가 성사되면 연간 세수가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거래세 도입이 세수를 늘리는 효과보다는 파생상품거래를 위축시키고 외국인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는 악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동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파생상품 거래에 세금을 매기면 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며 “이는 시장을 심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것”이라고 말했다. 파생상품 시장에는 현물시장의 위험을 상쇄(헤지)하는 순기능도 있기 때문에 결국 세금 부과가 현물시장의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 연구원은 “현재 한국 주식시장의 동력을 외국인이 갖고 있는데, 외국인에게 헤지 수단이 없어지면 현물 시장에서 자본 유출입이 급하게 이뤄져 변동성이 심화할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생상품 규제에 대한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작년부터 코스피200 옵션 1계약을 맺을 때 필요한 금액을 가리키는 ‘승수’를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높였다.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의 규제도 강화했다. 당국은 개인 투자자들이 ELW 시장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는 것을 막기 위해 2011년에는 1500만원의 기본예탁금 제도를 도입했고 작년에는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 제출을 제한했다.

규제의 영향으로 파생상품 거래는 급격히 줄었다. 코스피200 풋옵션과 콜옵션의 월별 하루평균 계약수는 작년 1월 총 1150만건에서 지난달 250만건으로 78.3% 급감했다. 2011년 3월 1조3400억원을 넘었던 ELW 시장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올해 3월에는 1300억원이었다. 2년 사이에 거래대금이 10분의 1로 쪼그라든 것이다.

이 때문에 파생상품거래에 대한 과세가 시장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선물 거래가 줄었지만 감소폭은 10% 정도밖에 안 됐다”라며 “한국 파생상품시장의 위축은 규제 영향이 컸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파생상품 거래는 보통 거래 금액이 매우 높아서 낮은 세율로도 투자 의욕이 급격히 떨어진다”며 “거래세 부과는 세수 확보 효과보다 시장의 심각한위축에 따른 손해가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파생상품시장의 투기적 성향이 존재한다고 보고 낮은 세율부터 단계적으로 거래세를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다.

홍범교 조세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한국 주식시장은 투기 비중이 다른 시장보다 월등히 높아 거래세 부과가 필요하다”며 “세금 부과에 시장이 일시적으로 반응을 보이긴 하겠지만 보수적으로라도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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