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식품에 소금을 많이 넣지 않아도 짠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소재의 개발 가능성이 제시됐다.

한국식품연구원의 류미라 박사 연구팀은 2일 우리나라 전통식품인 재래간장으로부터 짠맛을 조절할 수 있는 물질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사람의 입안에서 맛을 느끼고 세포 반응을 일으키는 ‘맛 수용체’를 이용하여 짠맛의 강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기술의 구축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사람의 혀에는 나트륨을 선택적으로 통과시켜 짠맛을 느끼는 인지경로와 나트륨 이외에 칼륨 등 다른 양이온을 통과시켜 짠맛을 느끼게 하는 서로 다른 맛인지 경로가 존재한다. 실험결과, 재래간장 성분의 짠맛 조절작용은 양쪽 짠맛 인지 경로 모두에 작용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또 짠맛 조절 물질은 재래간장의 숙성과정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숙성 기간이 길어질수록 함량이 증가했다.

류박사 연구팀은 짠맛 조절물질이 재래 간장의 숙성과정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분자량 500~10000달톤(daltonㆍ원자질량단위)의 글리칸(glycanㆍ탄수화물이나 당이 사슬구조로 이루어진 것) 분자를 함유하는 펩타이드계 물질(소수의 아미노산이 연결된 것)이 주요 활성 성분의 하나라고 밝혔다.

식품硏, 재래간장서 ‘짠맛 조절물질’ 최초 확인

연구팀은 실험쥐를 사육해 한 그룹에는 소금물 100mM(millimoleㆍ밀리몰)을, 다른 그룹에는 소금물과 재래간장에서 분리한 활성물질을 0.25% 첨가한 용액을 제공하고 48시간 동안 각 용액의 짠맛 기호도에 따른 섭취량을 측정(행동변화)했다. 그 결과 재래간장에서 추출한 물질을 첨가한 소금물을 먹은 두번째 그룹의 섭취량은 약 250mM의 소금물을 제공하였을 때 섭취량과 유사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금번 연구결과는 정부출연금으로 수행 중인 ‘식품소재의 미각인지작용 조절기술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도출되었으며, 국내특허권을 확보하고 현재 미국과 일본에 특허출원을 완료했다. 앞으로 연구팀은 식품의 짠맛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나트륨 섭취를 줄일 수 있는 짠맛 조절 식품소재개발에 역점을 두고 연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나트륨 과다 섭취는 고혈압, 심혈관질환, 성인병 등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가공식품 소비가 많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적당량의 짠맛은 식품의 기호성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인자이므로 음식의 짠맛을 유지하면서 소금 섭취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조리식품의 나트륨 저감화 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