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하남현 기자] 금리 3%대 정기예금도 사라졌다. 저금리 장기화로 은행들이 수신 금리를 잇달아 내렸기 때문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연 3%대를 책정했던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연 2%대로 하향 조정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1일 ‘국민슈퍼정기예금’ 금리를 연 3.05%에서 연 2.97%로 낮췄다. 연 3.08%에서 연 3.05%로 내린지 일주일만의 추가 인하다.
우리은행도 이날 16개 정기예금 금리를 약 보름 만에 0.1%포인트씩 줄줄이 내렸다. 우리은행 정기예금 상품 중 금리가 가장 높은 ‘우리토마스정기예금’ 금리는 연 3.00%에서 연 2.90%가 됐다.
이번 조치로 연 3% 이상 금리를 주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앞서 외환은행은 지난달 11일 ‘예스큰기쁨정기예금’ 금리를 연 2.90%로 0.0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지난 1일 2.80%로 또 내렸다.
저축은행들도 앞다퉈 예금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신안저축은행은 연 3.60%이던 정기예금 금리를 1주일 만에 두 차례에 걸쳐 3.20%로 내렸다. 한신, 현대스위스, 현대스위스2, HK 저축은행도 최근 일주일새 정기예금 금리를 1∼2%포인트씩 내려 잡았다.
이에 따라 예금은행 전체적으로 수신금리는 하향세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지난달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2.94%로 1월보다 0.06%포인트 떨어졌다. 저축성 수신금리가 연 3%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10년 5월(연 2.89%) 이후 처음이다.
은행들이 수신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와 경기둔화 등으로 대출 수요를 발굴하기도 쉽지 않다.
또한 시중은행들이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를 출시한 것도 기존 예금 상품 인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저금리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은 재형저축 금리를 우대금리 포함 최고 연 4.6%로 정하는 등 당초 예상보다 높은 이자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른 이익 훼손을 기존 예금 상품 금리 인하로 만회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주요 은행들은 재형저축 출시 직후 일반 예ㆍ적금 상품을 줄줄이 인하한 바 있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 2.3%로 대폭 낮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점도 예금금리 인하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 정부가 경기부양 의지를 강하게 보이면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한 것 같다”며 “기준금리가 실제로 내려간다면 은행권의 정기 예금 금리도 또다시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