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26일 ‘한국의 갯벌’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포함되는 갯벌은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 4곳으로 세계가 그 보존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건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어 두 번째다. 우리나라 갯벌은 이미 습지보존법 등 각종 법규에 의해 개발이 제한되고 있는 곳이지만 세계자연유산으로 인정된 만큼 보존에 더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갯벌은 수많은 생물의 서식지이며 철새 도래지다. 특히 한국의 갯벌은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고 북반구와 남반구를 오가는 장거리 이동 철새가 중간에 머무는 주요 기착지다. 해마다 300여종 100만마리가량의 철새들이 먼 여행에 필요한 에너지 축적을 위해 우리 갯벌을 찾아 쉬어간다. 그 가운데는 넓적부리도요, 저어새 등 멸종 위기에 처한 철새들도 적지 않다. 유네스코는 이러한 보편적 특성을 우리의 서남해 갯벌이 잘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갯벌은 오염물질을 걸러내고, 식물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내 바다를 정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구촌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도 ‘자연의 콩팥’인 갯벌의 가치는 더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서울대에 의뢰한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갯벌이 약 1300만t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연간 26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승용차 11만대가 해마다 내뿜는 수준과 같다고 한다. 갯벌의 환경적 역할은 이렇듯 과학으로도 속속 입증되고 있다.
이번 유네스코 등재는 문화재청 등 관련 부처의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실제 2010년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이름을 올린 한국의 갯벌이 세계유산에 최종 등재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후 문화재청은 2018년 1월과 이듬해 1월 유네스코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반려돼 등재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였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갯벌 소재 지방자치단체와 해양수산부 협력을 끌어내고, 외교부와 공동으로 세계유산위원회 21개 위원국을 설득하는 활동을 펼쳐 최종 등재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유네스코는 한국 갯벌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2025년)까지 유산구역을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인천 강화와 영종, 화성 등이 해당되는데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와 조업활동이 제약받을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설득과 보상도 원만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