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진 KCC·몽익 KCC글라스·몽열 KCC건설
17년 전부터 지분증여·기업분할 등 승계작업
정상영 KCC 명예회장 별세로 그룹 경영권 승계에 관심이 쏠린다. 고인은 17년 전부터 지난해까지 지분 증여, 기업분할 등으로 교통정리를 마무리해 2세 승계작업을 사실상 끝냈다. 사후 경영권 분쟁 소지를 미리 차단한 것이다.
KCC그룹은 KCC, KCC글라스, KCC건설 3사가 주력. 이 중 KCC는 장남 정몽진 회장, KCC글라스는 둘째 정몽익 회장, KCC건설은 막내 정몽열 회장이 주요주주로서 경영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2004년 KCC 보유 주식의 일부인 77만3369주(7.35%)를 세 아들에 분산 증여했다. 이 과정에서 정몽진 회장이 KCC의 최대주주가 됐다. 그는 이후 KCC 주식을 계속 매수해 지분율을 18.55%(지난해 3/4분기 기준)로 높였다.
지난해 1월에는 KCC에서 KCC글라스를 인적분할하고, 10월에는 KCC글라스와 계열사 코리아오토글라스(KAC)를 합병해 3형제 분립구도가 확립됐다. 양사 합병으로 KCC글라스의 최대주주는 정몽진에서 정몽익으로 변경됐다. 정몽진 회장의 지분율은 16.37%에서 8.56%로 낮아졌고, 정몽익 회장은 8.80%에서 19.49%로 높아졌다.
KCC 수석부회장이던 정몽익 회장이 독립한 것. 이로써 KCC는 실리콘·도료·화학소재에 집중하고, KCC글라스는 유리·건자재 중심의 기업이 됐다. 2000년 일본 아사히글라스와 합작해 설립된 KAC는 국내 자동차유리 점유율이 70%에 이른다.
KCC는 2019년 세계 3대 실리콘 기업인 미국의 모멘티브를 30억달러에 인수했다. KCC는 작년 말 실리콘사업부를 별도 비상장사로 분리해 KCC실리콘을 출범시켰다. 이어 올 초에는 KCC실리콘을 비롯한 실리콘 자회사들을 모멘티브에 넘기며 실리콘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KCC건설을 맡고 있는 정몽열 회장은 3분기 말 기준 KCC(36.03%)에 이은 KCC건설의 2대 주주. 고인은 2016년 KCC건설 보유지분 전량을 정몽열 회장에게 증여했다.
일각에서는 고인이 2000년 현대그룹 ‘왕자의 난’을 보며,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후계구도를 미리 정립했다고 분석한다. 다만, 고인이 남긴 지분(3분기 말 기준 KCC 5.05%, KCC글라스 5.41%) 상속문제는 남아 있다. 형제간 계열사 지분정리 때 향후 주식교환 등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유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