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 제조업의 보루…파운드리 특수 DB하이텍을 보는 법 [株포트라이트]
DB하이텍 공장 전경 [DB하이텍 제공]

[헤럴드경제 정순식 기자] DB그룹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기업 DB하이텍의 주가가 정말 뜨겁습니다. DB하이텍은 2020년 5만1000원의 주가로 한 해를 마감했습니다. 물론 사상 최고가입니다. 2019년 종가는 2만7600원이었습니다. 1년 사이 거의 두 배 가량 오른 셈입니다.

DB그룹 제조업 마지막 자존심…그룹에 큰 위안

DB하이텍의 주가 상승은 DB그룹에게는 큰 위안이 되고 있습니다. 과거 동부그룹은 금융과 제조의 양대축으로 성장을 구가해 왔습니다. 김준기 전 회장은 1969년 1월24일 자본금 2500만원과 직원 2명으로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창업하며 동부그룹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이후 1970년대 중동건설 경기 붐을 타고 사업을 키워 창업 10년 만에 30대그룹에 진입합니다. 이후 건설업에서 벌어들인 ‘오일달러’로 한국자동차보험을 인수하고 보험과 전자, 제철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기에 이릅니다. 이에 1990년대 재계 20위권에 진입한 데 이어 2000년도에 마침내 재계 10위 그룹에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동부건설, 동부제철의 구조조정을 거치며, 그룹의 상표권까지 상실하게된 동부는 결국 DB로 그룹명까지 변경하기에 이릅니다.

DB하이텍은 이제 DB그룹에게 제조업의 마지막 자존심의 보루인 셈입니다. DB하이텍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드론, 로봇 등 기기에 들어가는 8인치 웨이퍼(wafer·반도체 원재료)를 주로 만드는 회사입니다. 창업 초기 누적된 적자로 반도체 사업 포기론이 쏟아지기도 한 곳입니다. 당시 김준기 전 회장은 2009년 회사 차입금 상환을 위해 사재(私財) 3500억원을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창사 이래 최대 호황…100% 가동률

DB하이텍은 2020년 창사 이래 최고의 호황기를 맞았습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육성 비전으로 숨겨져 있던 가치가 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데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SMIC 제재의 반사 효과도 얻고 있습니다.

SMIC는 파운드리 업종의 글로벌 5위 공급사입니다. DB하이텍은 10위에 올라 있습니다. 틈새 시장의 잠식 효과가 충분할 수 있습니다. DB하이텍의 제품 포트폴리오가 SMIC와 유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호황은 가동률에서 드러납니다. DB하이텍은 경기 부천과 충북 음성에 공장을 두고 있습니다. 두 공장은 2019년 4월부터 현재까지 가동률 100% 수준에 달하고 있습니다.

100% 가동률의 함정…매출 확대 쉽지 않아

하지만 100% 가동률은 역설적으로 DB하이텍에게는 성장의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유의해야 합니다. 매출은 가격(P)와 물량(Q)의 곱셈 방정식입니다. 적어도 현 상황에서 Q는 상수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올해 9400억원 가량의 매출이 2022년 1조5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상승폭이 미미합니다. 100% 가동률은 고부가가치의 물량을 수주하거나, 비용을 절감해야 매출과 이익을 늘릴 수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이를 극복해 내기 위한 방안입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박의 견해도 있습니다.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소품종 대량생산 위주인 삼성전자, TSMC와 달리 DB 하이텍은 다품종소량생산 중심의 특화파운드리 분야에 집중하고 있어서 투자가 수익성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DB하이텍에게는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할 여력이 충분한 상황은 아닙니다. 금산분리 규제로 금융사의 출자가 불가능하고, 아직은 대규모 외부 차입을 시도할 여건이 아닙니다. 지난 3분기 기준 DB하이텍의 현금성 자산은 500억원 가량입니다.

최근 급등한 주가가 미래 어느 시점까지의 성장성을 반영하고 있는 지 투자자들은 주의 깊게 살펴봐야할 것 같습니다. 향후 주가 상승은 이익의 개선폭 보다는 밸류에이션 부여에 따라 좌우될 것 같습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DB하이텍의 12개월 선행 추정 PER은 11배 가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