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한국가사 ‘라이프 고스 온’ 핫100 1위
재테크서 올 베스트셀러 장식…출판계 웃음꽃
이날치 ‘국내 6개 관광거점도시’ 영상 6억뷰 기록
‘킹덤2’ ‘스위트홈’ 등 넷플릭스서 흥행 성공
위기에도 기회는 있었고, 악재에도 낭보는 들려왔다. 코로나19로 국민 우울감이 길어지는 때에 K팝과 K북은 훨훨 날았다. 최악의 시기를 견뎌내고 있는 관광·문화재는 의외의 지점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잘 만든 홍보 영상 덕에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호감도는 높아졌다. 고사 위기에 놓인 공연계는 온라인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고, 방송가는 OTT로 답을 찾았다.
대중음악계는 방탄소년단(BTS)이 끌고 블랙핑크가 밀었다. 두 그룹의 활약으로 ‘변방의 장르’로 불리던 K팝은 글로벌 시장에서 ‘주류 음악’으로 부상하며 위상이 높아졌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8월 영어 가사로 쓴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한국인 최초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 정상에 올랐고, 12월에는 ‘라이프 고스 온(Life Gose On)’으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어 가사로 된 ‘라이프 고스 온’의 1위는 빌보드 62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블랙핑크 역시 해외시장에서 괄목할 성취를 거뒀다. 레이디 가가, 설리나 고메즈 같은 미국 톱스타들과 협업하며 화제를 이끌며 빌보드 싱글차트 13위까지 올랐다. ‘유튜브 퀸’이라는 별칭답게 전 세계 구독자 수 2위로 치고 올라섰다.
국민독서율 감소로 책이 안팔리던 출판계는 올 한해 코로나로 웃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 가속화하는 4차산업혁명, 바이러스의 실체, 재테크와 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독자들이 돌아왔다. 무엇보다 재테크서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주린이’, ‘동학개미운동’등 신조어의 등장과 함께 책을 통해 투자 및 재테크 방법을 배우려는 이들로 재테크서가 올 한해 베스트셀러를 내내 장식했다. 특히 주식·증권 분야 도서 판매량은 200%성장했다. 주요 구매층은 30~40대로, 여성구매 비율도 10%나 늘었다.
국제문학상 수상 소식도 잇따랐다. ‘구름빵’으로 유명한 백희나 작가가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이듬 시인의 시집 ‘히스테리아(Hysteria)’는 미국에서 전미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동시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한 작품이 두 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며 전미번역상을 한국 작가의 번역 작품이 받은 것도 처음이다.
관광·문화재는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쏘았다. BTS, 이날치·앰비규어스, 차은우, 있지(ITZY)가 등장한 대한민국 디지털 홍보영상은 수억~수십억뷰의 대박을 터뜨려 잠재 고객을 창출했다. 특히 이날치-앰비규어스가 국내 6개 관광거점도시를 무대로 벌인 퓨전국악과 댄스 영상은 소셜네트워크에서 6억뷰를 기록했다. 이들의 커버댄스는 200만개, 총 시청수는 28억뷰를 넘겼다. 기존 대중문화 중심의 한류가 K헤리티지, K트래블로 확장된 계기였다.
오프라인의 단절은 세계최강 한국의 디지털을 빛냈다. 한국관광공사는 증강현실 등 기반 ICT시스템을 개선하고 홀로그램 등 비대면 미팅 테크놀러지를 구축했다. 하나투어는 차세대 시스템을, 인터파크는 첨단 숙박리포팅 서비스를 선보였다. SK텔레콤, LG전자, KT 등은 K헤리티지 입체영상, 로봇 등 호텔·리조트의 언택트 시스템 구축을 도왔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두 차례 국제 화상토론회에서 전세계의 구애를 받고 디지털 공조의 뜻을 전했다.
방송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제작현장은 힘들었지만 방송 시청 시간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TV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지상파, 케이블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등 OTT를 보는 사람들은 더욱 많아졌다.
올해 넷플릭스의 성장은 눈이 부실 정도다. 코로나19로 극장 개봉이 어려워진 영화들, ‘사냥의 시간’ ‘콜’ ‘승리호’까지도 넷플릭스가 흡수했다. 올해도 K 좀비물 ‘킹덤2’, ‘사랑의 불시착’, ‘사이코지만 괜찮아’, ‘스위트홈’ 등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흥행을 이어갔다. 2021년에는 디즈니+도 국내에 진출한다. 글로벌 OTT들의 경쟁이 이뤄지는 미디어 산업의변혁기에 토종 OTT들의 분발이 요구된다.
‘쇼는 계속 돼야 한다’는 의지와 ‘예술이 치유제’라는 믿음이 올해처럼 빛난 때는 없었다. 대면 공연이 사라지며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혁신’적 시도가 이어졌다.
영화 같은 공연을 꿈꾸며 2013년 처음 시도된 예술의전당의 ‘싹 온 스크린’은 공연 영상화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채웠다. 단순히 무대를 촬영하는 것이 아닌 최대 10여대 카메라로 구성과 동선을 고려한 촬영, 편집과 후반작업을 거친 작품들이 서서히 등장 중이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한 ‘모차르트!’는 공연계 최초로 유료 온라인 상영을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업계와 관객 사이엔 공연 영상의 유료 관람이 자연스럽게 정착됐다. EMK엔터는 국내 최초로 웹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뮤지컬 ‘킬러파티’를 제작, 새 활로를 개척했다. 서병기·이윤미·함영훈·고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