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속 고부가 소재 확장 전략
국내 주요업체 분리막소재 집중
포스코케미칼·SKC도 선제 투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도 앞다퉈 2차전지 소재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플라스틱과 비닐 등의 원료를 생산하던 기존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탈(脫) 석유화학’에 속도를 올리면서 배터리 소재가 석유화학 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14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대한유화를 비롯해 한화토탈, 롯데케미칼 등 최근 국내 주요 화학사들은 배터리 분리막의 소재인 초고밀도 폴리에틸렌생산 확대를 위해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기존 폴리에틸렌 제품보다 강도가 향상된 초고밀도 폴리에틸렌은 최근 배터리 분리막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대한유화는 지난 2009년에 확보한 초고밀도 폴리에틸렌 기술이 최근 배터리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기존 석유화학 사업을 뛰어넘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
현재 이 부문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인 대한유화는 분리막용 고밀도 폴리에틸렌 생산 확대를 위해 원재료 확보 차원에서 지난 9월 말 증설을 결정했다. 오는 2022년 10월까지 1600억원을 투자해 울산 온산공장의 나프타분해시설(NCC)을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한화토탈 역시 약 400억원을 투자해 충남 대산공장의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 생산능력을 연간 14만t까지 늘리고 본격적인 생산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은 올 3분기 콘퍼런스 콜을 통해 분리막 소재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임을 밝혔다. 현재 연간 생산 4000t에 매출액 100억원 수준인 분리막 소재 사업을 오는 2025년 10만t에 200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해당 설비 보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2차전지의 고용량화 추세에 따라 분리막을 더욱 얇게 만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초고밀도 폴리에틸렌을 둘러싼 생산 경쟁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 기업보다 앞서 포스코케미칼과 SKC는 배터리 소재 사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며 내년에 본격적인 성장세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최근 1조원의 유상증자 계획과 함께 전남 광양의 양극재 공장 증설 및 유럽 양극재 공장 설립 계획을 밝히며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SKC는 연초 동박 생산업체인 SK넥실리스(구 KCFT)를 인수하며 기존 필름, 화학 중심의 사업 구조를 모빌리티 소재 등으로 다변화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환경 규제가 더욱 강화되는 상황에서 배터리 소재 사업은 범용 제품 위주에서 벗어나 고부가 소재 기업으로 변신하려는 각 기업들의 성장 전략과도 맞아 떨어진다”며 “전기차 시장이 아직 초기인 만큼 배터리 소재 사업에 대한 각 사의 투자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