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북한 최고위층의 갑작스러운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과 우리 당국자들과의 접촉으로 남북 간 대화 무드가 조성된데 대해 미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한미 공조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데이비드 국방부 차관보는 북한 측 인사들이 다녀간 직후인 6일 우리 측 외교부와 국방부 인사들을 만나 최근 한반도 정세와 양국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모두 발언에서 이경수 차관보는 “주말 동안 북한대표단이 갑자기 방문하면서 바뀌고 있는 상황을 돌아보고 이야기를 나누기에 적절한 방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러셀 차관보는 “동맹과 지역문제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국무부와 국방부의 차관보가 왔다”며 이번 회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회동은 조만간 열릴 양국 간 외교ㆍ국방장관 회담의 일정과 의제를 논의하고 일본 정부와 진행중인 미ㆍ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과정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에 설명할 목적으로 미리 짜여진 일정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북한 최고위층의 방남(訪南)에 따라 남북 관계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3일(현지시간) 밤 논평을 내고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남북 고위급 접촉 재개를 환영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의 방남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며 “박근혜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지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남북관계 개선의 방향과 속도에 일말의 경계심도 표출되고 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이번 방한은 남북한 간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초점을 흐릴 수 있다”며 “한국이 핵과 미사일을 거론하는 것은 남북관계를 저해하는 것처럼 잘못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이번 방한이 남북 고위급 대화재개의 모멘텀을 제공하기는 했으나 양측의 모호한 태도로 미뤄볼 때 실질적 관계 진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