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뮤지엄 ‘디아트오브주얼리’展
카즈미 아리카와의 컬렉션 208점
역사속 ‘하이주얼리’ 직관 이색경험
왕관·르네상스 십자가상 등 고혹적
“주얼리는 착용했던 사람의 가장 영화롭고 호화로운 시절을 대변하는 매개체가 됩니다. 이 정도 수준의 주얼리를 각각 보려면 전 세계 박물관 30~50군데를 돌아야 합니다.”
강민정 동덕여대 디지털공예전공 교수는 11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된 ‘The Art of Jewellery :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 도슨트 투어에서 이 같이 말했다. 투어는 롯데백화점이 문화센터를 통해 고객에게 초고가 보석을 뜻하는 ‘하이 주얼리’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했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관계자는 “‘하이 주얼리’라는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소재를 전시 자문교수의 역사적인 배경 설명과 함께 고객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기 위해 기획했다”며 “하이 주얼리를 일상에서 가깝게 만나보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롯데뮤지엄이 개최한 이번 전시회에서는 주얼리 컬렉터 카즈미 아리카와의 컬렉션 208점을 선보인다. 카즈미는 40여년간 동·서양 주얼리를 수집해 온 세계적인 컬렉터다. 그가 보유한 주얼리 가치는 6600억원에 이른다. 전시회는 내년 3월 16일까지 열린다.
전시회 공간은 어둡게 시작됐다. 그 덕에 보석이 더 빛났다. 강 교수는 “컬렉터가 작품의 설명보다는 직접 보고 감동받길 원하기 때문에 조명을 밝게 켜지 않는다”며 “전시장에 나오는 음악도 도쿄 뮤지엄에서 나오는 것과 똑같은 것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금으로 만든 화관이 눈에 띄었다. 금은 어떤 것에도 썩지 않아 영원히 변치 않겠다는 인간의 염원이 담긴 물질이다. 그 옆에는 사파이어로 만든 인장 반지가 광택을 자랑했다. 강 교수는 “인장은 한국 역사에서의 옥쇄 역할을 하는 주얼리”라며 “사파이어를 이렇게 커팅해 조각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반지의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도 마련됐다. 13세기부터 19세기까지 시대별로 만들어진 반지를 한 번에 둘러보며 트렌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19세기에 만든 반지는 과거에 비해 정교해진 다이아몬드 세공법과 발전된 반지 디자인 덕분에 현대 주얼리 제품에 못지않았다.
역사 속 유명 인물들이 직접 쓰던 주얼리도 한곳에서 볼 수 있다.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딸인 앙굴렘 공작부인의 팔찌, 나폴레옹의 부인 조세핀 황후가 지인에게 선물한 목걸이, 나폴레옹이 바사노 공작에게 선물한 브로치 등이다. 가장 화려한 공간은 ‘티아라(작은 왕관)’가 모인 곳이었다. 티아라 전시관에 들어서자,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탄성을 만들어냈다. 왕관과 귀걸이, 목걸이 세트에는 토파즈 등 다양한 색상의 보석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강 교수는 “과거 왕족이나 귀족이 티아라를 쓴 이유는 대중에게 화려함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다”며 “보석의 수준에 따라 티아라 주인의 지위를 가늠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전시의 절정은 출구 직전에 자리 잡은 ‘십자가상’이다. 르네상스 시대 보석 조각의 거장 발레리오 벨리가 전 세계에 단 3점만 남긴 십자가상 ‘크로스(Cross)’다. 이 작품이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머지 두 점은 런던 빅토리아 엘버트 미술관, 바티칸 사크로 박물관에 소장됐다. 받침대 가운데 있는 투명한 창 안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짊어지고 못 박혔던 십자가의 작은 조각 두 개가 보관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롯데백화점은 ‘하이 주얼리’ 시장에서 매출 확대를 모색 중이다. 실제로 올해 롯데백화점의 1~10월 명품 주얼리 매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신장했다. 연말 선물 시즌이 시작된 11월에 들어서는 40% 이상 늘었다. 정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