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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면상을 아스팔트에”…1대 8 학폭사건 쌍방폭행 기소 논란
돈 뺏기고 집단폭행 당한 여중생이 가해자로
광주남부서, 협박·공갈수사 빼고 검찰 송치 정황
금품 갈취 혐의 외면…'봐주기 수사' 일파만파
당시 피해 학생은 지속적인 폭언과 괴롭힘으로 수십만원의 현금을 빼앗긴 상태였다. [피해학생 측 SNS 캡처]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김경민 기자] # “○○○아, 면상을 아스팔트에 긋고 싶다.”

“미안해요. 언니.”

지난 5월 광주에서 여중생 한 명을 선배들이 집단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피해 학생은 지속적인 폭언과 괴롭힘으로 수십만원의 현금을 빼앗긴 상태였다.

또다시 금품을 요구하는 선배의 요청을 거부하자 이번에는 8명의 남녀 학생에 둘러싸여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 폭행 과정은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남았고 영상은 유포됐다.

‘부자아빠’를 내세운 가해 학생은 “우리 집에 돈이 많으니 신고해도 다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가해 학생은 건설업을 운영하는 재력가 집안 딸로 밝혀졌다.

하지만 경찰은 금품 갈취 등 관련 수사는 생략한 채 ‘정당방위를 넘어선 쌍방폭행’이라고 결론지었다.

경찰은 언론 보도 이후 파문이 확산되자 이번주 검찰 송치를 서두르는 모양새다(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헤럴드경제DB]

▶부실한 초동 대처·봐주기 수사 공분=최근 광주에서 학교폭력으로 고통받은 고등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과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가는 가운데 경찰의 부실한 초동 대처와 봐주기 수사가 공분을 사고 있다.

27일 광주남부경찰서와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6월 광주시교육청 학교폭력위에서 심의 의결된 8대 1 집단폭행(헤럴드경제 7월 21·23·26일자 참조)과 관련해 경찰은 피해자 측이 고소한 협박, 감금, 모욕, 손괴, 공갈, 동영상 촬영 및 유포에 대한 수사 없이 단순 폭행, 공동 상해로 기소 의견을 냈다.

경찰은 언론 보도 이후 파문이 확산되자 이번주 검찰 송치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경찰 입맛대로 증거 조합 ‘은폐수사’ 의혹=문제는 경찰이 사건의 진실규명보다는 단순 쌍방폭행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점이다.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는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았고 임의 제출 형태로 일부 증거만 확보했다.

포렌식 분석과 사이버수사가 필수 상황이었는데도 이를 묵살한 것이다. 결국 일부 동영상은 삭제됐고 휴대전화도 중고 장터에서 판매됐다. 경찰이 입맛대로 증거를 조합해 은폐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경찰 내부에서도 각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하지 않으면 동영상 삭제 등 증거 인멸에 대한 개연성이 너무 크다” 며 “디지털 포렌식에서 문자, SNS, 삭제 동영상 복원 등을 했어야 하는데 이를 실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피해 학생 측은 광주경찰청, 남부경찰서, 언론 등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경찰은 27일 피해자 부모와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광주남부경찰서가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을 쌍방폭행으로 처리하려 한 정황이 확인됐다. [헤럴드경제DB]

▶힘 있고 돈 있으면 법망 벗어나=경찰은 전반적인 고소 사실에 대한 수사는 소홀히 한 채 단순 폭행, 공동 상해 혐의만 적용,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시교육청 학폭위 심의결과를 미흡한 초동수사를 한 경찰이 뒤집은 것이다.

이번 사건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등 보이지 않은 힘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였다.

올 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가진 경찰이 사건과 혐의 적용을 골라 하는, 이른바 ‘쇼핑수사’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힘 있고 돈 있는 가해자는 아무리 죄를 지어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

사건 이해당사자 A씨는 “수사는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필요한 대목만 골라 기소 의견을 낸 경찰의 행태는 도를 넘었다” 며 “아이는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합의 대신 2차 가해로 고통만 커 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박순자 광주남부서 여성청소년과장은 “편파적인 언론에 더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의 공식 반응을 묻는 취재진에 조규향 광주남부경찰서장은 “이번 사건은 경무과장과 논의하라”고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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