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기조 변화에 민간 재건축 대비 이점 퇴색
서울 용산구 주택 단지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지난 정부의 도심주택공급사업인 공공재건축 제도가 도입 5년차를 맞은 가운데, 일부 단지는 여전히 정비계획 수립 전인 사전기획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며 새롭게 사업 참여에 나서려는 단지도 없어, 사실상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6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SH와 서울시는 조만간 용산구 이촌동 강변·강서 아파트의 공공재건축 사전기획 자문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제3종일반주거지역에 속한 강변·강서는 3775㎡ 규모의 면적에 총 6개동, 213가구로 조성된 곳이다.
강변·강서는 준공된 지 50년이 넘었지만 면적은 좁고 용적률(297%)은 높아, 민간재건축은 쉽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정부에서 2020년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한 이후 후속 조치로 공공재건축 사업에 나섰고, 이듬해 4월 선도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 공공재건축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SH가 시행자로 참여하며, 용적률과 최고 층수를 높일 수 있다. 늘어난 용적률의 50%는 공공주택으로 지어야 한다.
다만 선도 단지의 사업 속도조차 탄력이 붙지 않고, 정책 기조가 급변하며 상대적으로 이점이 퇴색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강변·강서의 사전기획은 공공재건축 선도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이후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절차는 지난해 들어서야 시작됐다. SH는 지난해 4월 사전기획을 신청하고, 그해 하반기 3차례의 워킹그룹을 추진했다. 조합 및 서울과의 협의는 올해 들어 진행된 가운데, 여전히 사전기획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공공재건축만의 특장점도 힘을 잃고 있단 평가다.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민간 재건축을 택하더라도 용적률 완화 등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에 지난해 용산구 이촌동 왕궁아파트는 공공재건축 추진을 검토하다 철회했고, 선도사업지 4곳 외에 공공재건축을 추진하는 곳은 서초구 신반포7차뿐이다. 강변강서의 경우 단지가 위치한 용산구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개발 가치를 고려할 때 공공의 참여 필요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이전 정부에서 재건축이 억제돼 있어 공공재건축 사업이 나왔지만, 지금은 (민간 재건축 규제가) 많이 정리돼 공공재건축을 하려는 단지가 거의 없다”며 “주민들도 당시 부지가 협소한데다 아파트가 오래돼 공공재건축을 하기로 했는데, (민간 재건축으로 선회하고 싶어도) 시간이 많이 흘러 새롭게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재건축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 규제 완화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전기획안에 따르면 강변강서는 공공재건축을 해도 비례율이 10%대에 그치고, 공사비는 3.3㎡당(평당) 8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건축 규제를 추가 완화해달란 의견도 있었지만, 서울시는 공공재건축 인센티브를 받는 단지에 민간 재건축 대상 규제 완화를 추가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SH는 내부적으로는 노후된 단지의 조속한 정비를 위해 공공재건축 사업방식 추진이 적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업 추진 여부는 시의 규제 완화 여부에 따라 조합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시 조례 개정으로 인접지 추가 편입 면적이 확대되는 등 사업성은 일부 개선된 상태”라며 “정비계획 수립에 속도를 내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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