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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나 음악 만들 수 있도록”...AI, 음악을 디자인하다 [헤럴드디자인포럼 2024]
안창욱 GIST 교수 인터뷰
국내 최초로 선보인 AI 작곡가 ‘이봄’
단 15초 만에 선율 하나로 작곡 완료
“AI는 도구로서 존재할때 비로소 가치”
AI 작곡가 이봄이 탑재된 작곡 소프트웨어 뮤지아와 연동된 실시간 자동 작곡 및 연주 시스템(왼쪽)과 AI 작곡 소프트웨어 뮤지아 [안창욱 제공]

머릿속에 문뜩 떠오른 선율. 이 선율로 나만의 음악을 만들고 싶다면?

필요한 시간은 단 15초. 인공지능(AI) 작곡가 ‘이봄(EvoM)’이 있다면, 단 15초 만에 선율 하나로 작곡까지 완료된다.

AI가 인간 창작의 영역으로 꼽혔던 ‘작곡’으로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이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바로 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다. 2017년부터 AI 음악 전문 스타트업 크리에이티브마인드를 창업, 국내 최초 AI 작곡가 이봄을 선보였다.

클래식에서 EDM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실제 디지털 싱글까지 발매했다. 홍진경, 이소정, 에일리 등 유명 가수와 협업 음원도 유명하다.

안 교수는 오는 10월 8일 서울 반도 세빛섬에서 열리는 ‘헤럴드디자인포럼 2024’에 연사로 참석, 그가 직접 개발한 AI 작곡가 이봄을 소개하며 ‘음악을 디자인하다’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그는 헤럴드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모든 AI는 인간을 효과적으로 돕는 도구로서 존재할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고 강조하며 AI 작곡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안 교수는 과거 국제학술대회에서 관람한 공연을 꼽았다. 대학원생 시절이던 2000년, 해당 공연에서 미국의 한 교수가 작곡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재즈 즉흥 연주를 선보이는 데에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전공 분야인 기술과 음악이 합작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후 안 교수는 2008년 성균관대학교 교수로 임용된 후부터 본격적으로 AI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AI 작곡가 이봄이다.

“이봄은 단순한 AI가 아니다”라는 게 안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부흥하고 있는 생성형 AI는 대규모 데이터에 기반해 결과물을 내놓지만, 이봄은 한 단계 더 나아간 ‘합성형 AI’로서 데이터에만 의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작곡 이론·노하우와 소량의 음악 데이터를 동시에 학습해, 인간의 작곡 방식 자체를 터득, 인간 작곡가에 버금가는 능력으로 음악을 다룰 수 있는 이유다.

합성형 AI 구현을 위해 안 교수는 화성학과 같은 작곡 이론·연주 코드 등을 알고리즘으로 체계화한 것은 물론, 여러 인간 작곡가와 협업해 그들의 노하우를 이봄에 녹이는 과정을 거쳤다.

그는 “그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작곡가의 언어와 개발자의 언어가 달랐기 때문이다. 소통의 벽을 허물고자 개발자는 음악 이론을 배우고, 작곡가는 기술 이해도를 높이는 데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안 교수는 “처음에는 큰 장벽이 있었지만, 수년 간의 연구 끝에 소통을 위한 대화 프로토콜을 구축한 후부터는 작곡가와 개발자가 원활하게 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 이제 인간의 창작을 AI가 대체하는 시대가 온 걸까. 안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안 교수도 AI 작곡 연구를 진행하는 내내 창작과 감동 간의 관계를 고민했다. AI 작곡 기술의 멜로디만으론 큰 감동을 선사하는 데엔 한계가 뚜렷했던 탓이다.

AI가 인간의 창작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결론도 이 때문이다. 그는 “감동이란 게 단순 데이터 학습 혹은 지식·데이터 합성으로 흉내내기 어려운 인간 영혼의 울림”이라며 “인간과 AI가 추구하는 예술은 각기 다른 분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봄이 추구하는 예술은 ‘누구나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봄은 감동 그 자체를 구현할 순 없지만, 인간이 지닌 창작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데 강점이 있다.

그는 “AI 작곡가로서 작곡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 쉽고 빠르게 창작까지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이봄의 목표”라며 “AI의 작업으로 인간의 지식·데이터의 모든 조합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 창작의 저변을 폭넓게 넓히는 데에 (AI가)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안 교수의 AI와 음악 철학에 가장 먼저 화답하는 건 바로 일선 교육 현장의 음악 교사들이다. 안 교수는 “현재 이봄과 뮤지아는 학교 음악 수업에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며 “향후 목표도 이봄과 뮤지아의 교육 현장 활용도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언제 어디서 누구나, 쉽고 빠르게 작곡할 수 있도록 전국의 모든 중고등학교에서 이봄과 뮤지아를 활용한 음악 수업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민주 기자

cha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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