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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J 삼남이 차남 속였나…'동교동 사저' 100억에 팔렸다

김홍걸 전 의원[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3남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DJ 사저를 100억원에 매각했다. 고(故) 이희호 여사는 DJ가 정치 인생 대부분을 보낸 이곳을 기념관으로 사용하라는 유지를 남겼지만, 거액의 상속세 때문에 매각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 여사의 유지를 지키는 것을 전제로 사저 상속권을 포기했던 차남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측에는 알리지 않아 논란이 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30일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지난 2일 동교동 사저(토지 및 주택)를 박모 씨 등 3명에게 100억원에 매각 완료했다.

매입자 3인은 6 대 2 대 2의 비율로 지분을 공동 소유했고 은행에 96억원의 근저당을 잡혀 사저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인의 주소지가 동일한 것으로 미뤄 가족이거나 사업상 동업 관계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김 전 의원은 "거액의 상속세 문제로 세무서의 독촉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작년에 매각을 결정했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7월 국회의원 가상자산 보유 현황 전수공개에서 2억6000만원 규모 코인 거래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동교동 자택 상속에 따른 17억원의 상속세를 충당하려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동교동 사저는 DJ가 1961년 입주한 뒤 2009년 타계할 때까지 정치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곳이다. DJ의 계파 정치인을 일컫는 '동교동계'라는 말도 여기서 생겨났다.

문제는 김 전 의원이 고(故) 이희호 여사의 유지를 어기고, 다른 형제들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매각을 독단적으로 추진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은 매각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사저가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것을 보고는 뒤늦게 매각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이희호 여사는 2019년 6월 별세하면서 이 사저를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으로 사용한다. 만약 지자체 및 후원자가 매입해 기념관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보상금의 3분의 1은 김대중기념사업회에 기부하며, 나머지 3분의 2는 김홍일·홍업·홍걸에게 균등하게 나눈다"고 유언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공증 누락 등 유언의 효력 문제를 제기하며 이 여사의 유일한 친자로 민법상 상속인인 자신만 물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형제 간 유산 분쟁이 벌어졌다.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조치에 착수했으나, 이후 고인의 유지를 받들기로 합의해 분쟁이 일단락된 바 있다.

김 이사장은 "당시 합의가 잘 지켜질 것으로 알고 법적 조치도 취하했다"며 "눈 뜨고 역사의 현장인 사저가 날아가는 걸 보고 있게 됐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반면 김 전 의원은 "DJ 기념관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매입자가 사저 공간 일부를 보존해 고인의 유품을 전시해주시기로 약속해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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