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두 번의 동계올림픽에서 연속 동메달을 목에 건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민석(25)이 음주운전 사고를 낸 지 2년 만에 결국 헝가리로 귀화했다.
헝가리빙상경기연맹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김민석과 쇼트트랙 문원준 선수가 귀화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올해 초 헝가리 귀화를 결심해, 지난 2월 헝가리로 이동한 뒤 현지에서 훈련하면서 귀화 절차를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맹을 통해 밝힌 김민석의 귀화 이유는 올림픽을 앞두고 홀로 감당하지 못할 훈련 환경이었다.
김민석은 음주운전 사건으로 3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대한빙상경기연맹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3년 동안 훈련을 하지 못하면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징계로 인해 소속 팀도, 수입도 없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변명하고 싶진 않다. 후회하고 있으며 그 사건 이후로 운전대를 잡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빙속 간판'으로 떠오른 김민석은 그러나 2022년 7월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내는 실수로 한 순간에 추락했다.
그는 같은 해 8월 대한빙상경기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자격정지 1년 6개월 징계를 받았고, 이후 지난해 5월 재판에서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아 대한체육회로부터 2년의 국가대표 자격 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김민석의 국가대표 자격정지 징계는 내년 5월에 종료되기 때문에 징계와 별개로 태극마크를 달고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민석은 전 소속 팀인 성남시청과 계약 만료 후 제대로 된 빙상 훈련을 하지 못했고, 헝가리 빙상 대표팀 한국인 지도자인 이철원 코치로부터 귀화 제의를 받은 뒤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석 측 관계자는 올해 초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귀화 선택을 말렸으나 도리가 없었다"며 "아무런 훈련 지원 없이 홀로 올림픽 선발전을 준비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귀화를 선택한 김민석은 헝가리 국가대표로 2026 동계올림픽에 나설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헌장 제41조 2항에 따르면, 한 선수가 국적을 바꿔서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기존 국적으로 출전한 국제대회 이후 3년이 지나야 하는데, 김민석은 2022년 2월 18일에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1000m 경기에 출전한 뒤 공식 국제대회에 나서지 않았다.
김민석과 함께 헝가리로 귀화한 문원준은 "2021년 루체른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에 선발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회가 취소됐고, 이듬해 대표 자격을 잃었다"며 "이후 헝가리에서 훈련 파트너로 활동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에선 스케이트를 잘 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귀화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쇼트트랙 간판 선수였던 안현수(빅토르 안)도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해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에 올랐고, 2018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였던 임효준도(린샤오쥔)도 2019년 훈련 과정에서 황대헌과 불미스러운 일로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받고 중국으로 귀화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