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매체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내분 사건을 조롱하며 올린 패러디 사진. [소후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32·토트넘)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 간에 우격다짐이 발생한 사건의 중심에 '식후 탁구 습관'이 있었음이 알려지자 탁구인들이 남몰래 웃고 있다.
지난 14일 한 온라인 탁구 카페에는 '이강인도 빠져버린 탁구의 재미!'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탁구가 중독성이 강하긴 한가 보다. 아시안컵 준결승을 앞두고 이강인 등이 탁구에 푹 빠져 저 사단이 난 것을 보면"이라고 적었다.
이어 "축구도 좋아하는 탁구인으로서 기분이 참 묘하다"라며 "이강인의 인성이 어떨지 모르지만 또 여러 가지 억측들이 난무하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놈의 탁구가 문제다"라며 탁구의 재미를 탓했다.
영국 대중지 더선이 14일(한국시간) 손흥민이 아시안컵 준결승 전날 저녁 후배들과 언쟁 과정에서 손가락이 탈구됐다고 보도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회 기간에 선수들이 다툼을 벌였다는 보고를 받았다"라며 "일부 어린 선수들이 탁구를 치러 가려는 과정에서 손흥민과 마찰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지난 7일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요르단과의 준결승전이 끝난 뒤 경기장을 나서는 손흥민과 이강인. [연합뉴스] |
이에 해당 카페 회원들은 "탁구가 얼마나 치고 싶었으면", "탁구가 마약이다" 등 동조하는 댓글을 남겼다.
한편 비난이 커지자 이강인은 15일 대리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언론 보도 중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며 "손흥민이 이강인의 목덜미를 잡았을 때 이강인이 손흥민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 이강인이 탁구를 칠 때 고참급 선수들도 함께 즐겼고, 탁구는 이전부터 항상 쳐왔다고 강조했다.
대리인은 "이강인이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 자신이 분쟁의 중심에 있었기에 구체적인 경위를 말씀드리기보다는 사과를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이강인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앞서 영국 더 선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손흥민이 요르단전과의 준결승전 전날 팀 멤버 일부와 몸싸움을 하다가 손가락이 탈구되는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손흥민이 아시안컵 준결승전 전날 탁구를 하기 위해 저녁을 일찍 먹은 선수들에게 화를 냈다"며 "손흥민은 유대감을 키울 수 있는 저녁 식사를 빨리 끝내는 것에 짜증을 냈고, 그 중 이강인이 포함되었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 측은 "손흥민은 이강인을 비롯해 몇몇 선수들이 경기 전날에 탁구한다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주장이기에 쓴소리했다. 그런데 이강인이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짜증을 냈고, 그때 화가 난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았다"고 빠르게 인정했다.
당시 이강인, 설영우(울산),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이 저녁 식사를 일찍 마친 후 시끌벅적하게 탁구를 치다가 주장 손흥민의 제지를 받았으며, 이에 이강인이 항의하자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고 다툼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선수들이 둘을 떼어놓는 과정에서 손흥민은 손가락이 탈구되는 부상을 입었다. 사건 이후 고참급 선수들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요르단전에 이강인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을 정상 출전시켰다.
내분 사건이 알려지자 이강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언제나 저희 대표팀을 응원해주시는 축구 팬들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 정말 죄송하다"며 "제가 앞장서서 형들의 말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축구 팬들에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죄송스러울 뿐"이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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