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제외 요청에도 클린스만은 외면
지난 7일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요르단과의 준결승전 당시 손흥민과 이강인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민성기 기자]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대회 기간 발생한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몸 싸움 사건 배경이 공개됐다.
15일 디스패치는 손흥민과 이강인의 탁구 사건에 대한 전말을 단독 보도했다.
매체는 "카타르 아시안컵 당시 현장에 있었던 다수의 관계자 증언을 토대로 사건을 정리했다"라고 밝혔다.
축구 대표팀은 지난 6일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을 대비해 전체 연습을 진행했다.
그때도 손발이 맞지 않았고,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아 분위기가 무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에 따르면 대표팀의 저녁 식사 시간은 2시간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저녁도 자율에 맡겼다. 먼저 씻고 밥을 먹든, 먹고 씻든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싸움이 벌어진 날은 지난 6일이었고 대망의 준결승전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이날 저녁 식사 자리는 손흥민에게 중요했다. 그에게 이날 저녁 식사 자리는 선수들과 경기를 논의하고 전의를 다지는 시간이나 다름없었다. 더군다나 이날 전체 연습에서 선수들의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아 분위기가 침체해 있었으므로 주장인 손흥민의 마음은 더 무거웠다.
선수들을 비롯해 코칭스태프들도 샤워를 마치고 식당에 모인 시각, 이강인은 보이지 않았다.
그 시각 이강인과 설영우, 정우영 등은 플레이룸에서 탁구를 치고 있었다. 플레이룸은 숙소의 식당 바로 옆에 붙은 휴게 공간으로 탁구대 등이 놓인 오락 공간이었다.
이를 참다 못한 고참 선수가 이들을 불렀고, 주장 손흥민이 나섰다.
손흥민은 "전지훈련 왔냐? 경기에 집중하라"고 꾸짖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강인은 "저녁에 탁구를 치는 게 잘못된 건 아니지 않냐"며 받아쳤다.
손흥민은 이강인의 목덜미를 잡았고 이강인은 손흥민에 주먹을 날렸다.
손흥민은 피할 겨를도 없이 얼굴에 정통으로 맞았다.
식당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경호원까지 합세해 선수들을 말렸다. 이 과정에서 알려진 대로 손흥민의 손가락이 옷에 걸려 'ㄱ'자로 꺾여 탈구됐다.
손흥민은 화를 가라앉히고 먼저 이강인을 찾아가 "내일 경기에 집중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이강인도 "미안하다"며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참 선수들은 이강인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었다. 매체에 따르면 이미 선수들은 이강인의 돌발행동에 지쳐 있는 상태였다.
일부 선수들은 준결승 당일 클린스만을 찾아가 "이강인을 선발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클린스만은 "이강인은 내가 써야 하는 선수"라며 이를 외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강인은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언제나 저희 대표팀을 응원해 주시는 축구 팬들께 큰 실망을 끼쳐 드렸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앞장서서 형들의 말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축구 팬들께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되어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저에게 실망하셨을 많은 분께 사과드립니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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