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보린으로 유명한 삼진제약이 2세 경영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회사의 경영권을 공동창업자 2세들이 물려받는 데에 있다. 50년 넘게 공동 창업자로 논란 없이 동업을 이어온 데에 이어 동업자의 2세로도 동행을 이어가는 것. 혈연 관계보다 더 돈독한 이들의 동업 정신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삼진제약은 최근 임원 승진 명단을 발표했다. 조규석 부사장이 경영관리 및 생산 총괄 사장으로, 최지현 부사장이 영업 마케팅·R&D 총괄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둘은 지난 해 1월 부사장 승진 후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공동 창업자인 조의환(왼쪽) 회장과 최승주 회장 [삼진제약 제공]

이번에 승진한 두 신임 사장 모두 공동 창업자의 2세들이다. 삼진제약은 동갑내기 친구인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이 1968년에 공동 창업했다. 당시 창업에는 4명이 함께 했는데 두 명이 중간에 빠지면서 조 회장과 최 회장이 50년 넘게 회사를 이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 창업자 모두 약대 출신의 제약사 영업사원 동기로 서로 의기투합해 창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두 분이 성격은 다르지만 지금도 회사에 함께 나와 같이 밥을 먹는 등 친밀한 사이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진제약 신임사장으로 임명된 조규석(왼쪽) 사장과 최지현 사장

이런 두 창업자의 장남과 장녀가 이번에 신임 사장이 된 조규석 사장과 최지현 사장이다. 두 사람은 부사장이 된지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 각각 경영과 마케팅·R&D를 총괄하며 삼진제약을 이끌 차세대 리더로 낙점 받았다.

이와 함께 조 회장의 차남 조규형 전무와 최 회장의 차녀 최지선 전무도 이번 인사를 통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회사는 전문경영인인 최용주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다. 올해 82세인 두 회장은 사내이사로 경영 전반에 대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삼진제약은 최대주주가 하나제약으로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해 13.7%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리고 조 회장이 12.85%, 최 회장이 9.89%를 각각 갖고 있다.

보통 공동 창업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한 명이 단독 대표로 나서거나 2세에게 물려주면서 경영권 분쟁 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오히려 가족끼리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 회사가 휘청거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삼진제약은 50년 넘는 시간 동안 두 공동 창업자가 서로 욕심부리지 않고 회사를 잘 꾸려 왔다”며 “가족들도 하기 힘든 사이좋은 경영으로 업계에 좋은 선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